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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집회 참가 여대생 “경찰이 성폭력”…다시 끓어오르는 홍콩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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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여학생 의문사 의혹 확산

트럼프 개입 기대했던 시위대

“자연히 해결” 발언에 큰 실망



경향신문

13일 홍콩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사자산 정상에 높이 3m 크기의 방독면을 쓴 형상을 한 ‘자유의 여신상’이 설치돼 있다. 홍콩 시민들이 이날 새벽 설치한 이 동상이 손에 쥔 깃발에는 시위대의 구호인 ‘홍콩 광복·시대 혁명’이 씌어 있다. 홍콩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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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로 촉발돼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가 복면금지법과 성폭력 피해 주장으로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홍콩 경찰이 여성 시위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주장, 15세 여학생의 의문사 의혹까지 나오면서 시위대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13일 성도일보와 명보 등 홍콩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홍콩 시위대는 18개 지역에 위치한 34개 쇼핑몰에서 홍콩 경찰의 폭력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홍콩인 저항’ ‘자유 홍콩’ 등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경찰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날 동시다발적 집회에 나섰다.

청콴오(將軍澳)에 있는 쇼핑몰 ‘팝콘’에서는 경찰이 최소 3명의 시위 참여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한 경찰관이 이날 오후 5시쯤 쿤퉁역에서 시위대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다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특히 이날 새벽에는 시위대 수십명이 홍콩 관광명소인 사자산 정상에 3m 높이의 ‘자유의 여인상’을 세웠다. 자유의 여신상은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시위 진압용 무기인 ‘빈백’에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여성을 형상화했다. 한 손에는 저항의 상징인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홍콩 광복, 시대 혁명’이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

시위 참가 여성의 성폭력 피해 주장도 시위대 분노를 높이고 있다. 중문대 학생인 소니아 응은 지난 10일 캠퍼스에서 열린 대학 당국과의 간담회에서 경찰에 체포된 뒤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소니아 응은 지난 8월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에서 체포됐고 산욱링(新屋嶺)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경찰이 옷을 벗으라고 하면 옷을 벗어야만 했다. 능욕을 당한 사람은 여러 명”이라고 했다. 그는 발언 후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했다.

여성 시위자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15세 여학생 천옌린(陳彦霖)이 실종신고 사흘 만인 지난달 22일 홍콩 바닷가에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발견됐다. 빈과일보는 그가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수영 실력이 뛰어났던 점을 들어 익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살해된 뒤 바다에 버려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내부에서 당황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부분 합의 직후인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홍콩 시위에 대해 “자연히 해결될 것” “많이 누그러졌다”고 한 것 때문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인도적 해결”을 강조해왔다. 시위대는 시위 현장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개입을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가 진정세라고 한 것에 대해 시위 참가자들이 낙담했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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