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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꺄악∼ 오싹·짜릿… 이 맛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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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공포체험 인기 / “저리가” “하지마” 칠흑 속 절규 가득… 귀신을 때리진 마세요 / 싸늘한 공기 속 전기톱 든 좀비의 추격… 마음껏 괴성 질러∼

‘귀신의 집’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공포를 두려워하면서도 즐기는 이들 덕분에 최근 각 놀이공원 ‘귀신의 집’은 한층 더 무섭고 오싹해졌다. 왜 대중은 공포에 열광하는지 직접 체험하며 답을 찾아 보았다.

◆에버랜드 ‘호러메이즈’

조별로 줄을 서서 네 조씩 들어가는 호러메이즈는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귀신을 때리지 말고 △귀신에게 욕하지 말고 △손전등을 귀신에게 비추지 말라는 직원 지시를 새겨들으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안내는 끝내 지킬 수 없었다.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3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유일한 불빛이라고는 창백한 얼굴의 귀신이 나오는 화면뿐이다. 발표를 코앞에 둔 ‘발표울렁증’인 사람처럼,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고 토하고 싶지만 토는 안 나오고 울렁거리는 상태로 서있으면서 긴장이 극대화할 때쯤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귀신이 눈동자를 굴리며 문이 열린다. 비로소 호러메이즈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세계일보

에버랜드 핼러윈 축제 모습. 호러메이즈 등이 있는 ‘블러드 시티’에서는 피에로나 좀비 등이 거리를 다니며 공포감을 유발한다. 에버랜드 제공


암흑은 그 자체로 무섭다. 좁고 어디로 뚫렸는지 모를 길을 나아가기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손전등 붉은 빛은 너무 미약하다. 두 귀를 채우는 온갖 쇠파이프 두드리는 소리,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소리, 바로 옆에서 울리는 나지막한 앓는 소리는 어디서 오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동행에게 “포기할까”라고 진심으로 물어보게 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0분 남짓 걸린다는 호러메이즈를 체험하는 동안 가장 많이 외치는 말은 귀신을 향한 “하지 마”와 동행을 향한 “(가까이) 붙어”다. 귀신은 “저리가”라는 절규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라오며 거듭 얼굴을 들이민다. 뒤에 있는 일행은 앞사람 등에 얼굴을 숨기느라 몸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생존본능이 발동하는 환경에서 도망갈 수도 없지만, 혼자 남겨지는 일이 없도록 1분에 50번쯤은 가까이 오라고 수시로 동행을 다그치게 된다. 인류애(?)가 상승하는 이곳은 최대 6명까지 한 조로 들어갈 수 있어 인원이 많다면 더 수월히 마칠 수 있다.

수술실, 빈 방 등을 거쳐 고깃덩어리가 시야를 막는 정육점까지 거치고도 공포의 행군은 끝나지 않는다. ‘언제쯤 끝날까’ 절망할 때쯤 출구에서 빛이 나온다. 체력장에서 오래달리기를 하면 다 뛰고 난 뒤에 입을 계속 벌리고 있을 수도, 다물 수도 없고 침도 삼키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호러메이즈를 마쳤을 때가 딱 그렇다. 물 한 통은 미리 챙겨 가야 한다.

◆롯데월드 ‘미궁저택’

핼러윈을 맞아 열린 롯데월드의 가을축제 ‘호러 할로윈’은 다음달 17일까지다. 올해 선보인 4개의 호러 콘텐츠 중 가장 대표적인 공연물은 미궁저택이다. 저택 집사 안내로 6명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줄을 잡고 들어가며 시작된다. 밝은 현관과 달리 저택 안은 어두컴컴하고 스산하다. 하얀 천을 뒤집어쓴 마네킹이 늘어선 공간과 거울의 방, 저택 지하실 등을 지나며 좀비들을 마주치게 된다. 가만히 서있어 인형인 줄 알고 마음을 놓을 때쯤이면 뒤에서 불쑥 따라붙고, 선두로 가는 사람이 지나쳐 안심한 통로 옆에서 갑작스레 나타나기도 한다.

이곳의 특징은 촉각을 자극하는 싸늘한 공기와 좀비가 든 전기톱에서 풍기는 매캐한 기름 냄새 등이 오감을 건드려 더 역동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좀비는 앞에서 깜짝 나타나기보다는 따닥따닥 붙어 잰걸음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따라가 긴장감을 유발한다. 기름 타는 지독한 냄새를 퍼뜨리며 다가오는 좀비는 환상 속 공포가 아닌 생생한 현실로서 나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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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호러 할로윈 축제 전경. 축제 기간에는 오후 6시부터 좀비들이 공연을 펼치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롯데월드 제공


또 다른 호러 콘텐츠 ‘좀비병동’은 짤막한 공포영화를 보여준다. 한번 자리에 앉은 이상 끝까지 공포를 누려야 하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음껏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지르는 일밖에 없다. 고행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잘 상기하지 못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를 여기서도 깨닫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시작한 공부, 내가 쓰려는 기사, 내가 선택한 여행이 늘 처음 꿈꾼 그림처럼 행복하게만 진행되진 않는다. 보람보다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을까’라는 자책을 더 자주 한다.

호러 체험도 마찬가지다. “재밌는 기사감”이라는 선배 꼬임에 넘어가서 이걸 시작한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결과물은 아픔을 거쳐야 더 빛나고 기억은 고통이 수반돼야 더 선명해지는 법. 순간의 공포가 끔찍할수록 그것을 마친 후의 성취감은 높고 모험담은 화려해진다. 귀신의 집도 결국 새로운 공간을 향한 호기심의 여정이다. 그러니 사서 고생하려고 지불한 돈은 조금 더 강해진 나를 만날 대가로 여기자. 머릿속에서 창조된 공포가 잘 익어서 또 다른 경험으로 바뀌어 내게 확신과 안정을 줄 때 비로소 진짜 공포를 체험한 것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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