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십자사의 헌혈PR포스터에 등장한 인기만화 캐릭터. 지나치게 큰 가슴이 두드러져 논란을 빚고 있다. [트위터 캡처] |
가슴이 지나치게 큰 여성 만화 캐릭터는 공익 목적의 헌혈 캠페인에 활용하면 안되는 걸까.
일본 적십자사가 최근 헌혈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헌혈 캠페인 포스터에 인기만화 '우자키양은 놀고 싶어!'의 주인공 캐릭터를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적십자사가 '콜라보레이션'(협력) 차원에서 헌혈PR 캠페인에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등장시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유독 큰 가슴이 도드라져 성적(性的)인 대상으로 비쳐질 수 있는 캐릭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 매체 아베마타임스 등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지난 14일 한 미국인 남성이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영어로 트위터에 올리면서다. "일본에서는 과도하게 성적(性的)인 (만화 캐릭터인) '우자키양'을 사용해 캠페인을 벌인다"며 비꼬는 내용이었다.
일본 적십자사는 헌혈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우자키양' 헌혈 포스터의 일러스트 파일을 기념품으로 증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터에 등장한 우자키양의 대사 또한 남성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선배! 아직도 헌혈을 안해보셨나요? 혹시…주사가 무서운 건가요~?"
만화를 출간하는 카도카와 출판사에 따르면, 만화 '우자키양은 놀고 싶어!'는 대학생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좌충우돌 러브 코미디다.
미국인 남성이 올린 비판 트윗을 계기로 일본의 온라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적십자 같은 공적인 단체가 게시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적십자가 가슴이 과도하게 큰 만화 캐릭터를 홍보에 활용할 필요는 없다'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것 같다'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공공성과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비판글이 이어졌다.
한 여성 변호사는 트윗을 통해 "적십자사가 이런 헌혈 PR 포스터를 만들다니,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대놓고 성희롱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인기 아이돌그룹이 등장한 헌혈 포스터 [일본적십자사 홈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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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일본의 헌혈PR 포스터 [일본적십자사 홈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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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옹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젊은 층의 헌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젊은 층에 인기있는 만화 캐릭터를 사용해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을 뿐인데, 뭐가 문제인가' '만화 캐릭터가 노출도 하지 않았고, 별로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포스터 덕분에 젊은 층이 헌혈에 많이 동참한다면 좋은 것 아닌가' 등의 반론도 있었다.
한 임상심리사는 아베마TV에 출연, "이번 논란의 배경에 있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부족한 혈액량을 감안할 때 지속적으로 헌혈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헌혈자를 늘리기 위해선 젊은 층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PR 포스터가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잘못됐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적십자사의 담당자는 인터넷매체 J-CAST의 취재에 "이번 포스터는 어디까지나 헌혈 독려 차원에서 만든 것이지,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성희롱을 한다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며 "지금까지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의 지원을 받아 헌혈 캠페인을 벌였는데, 평가와 실적 모두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불거진 논란과 지적에 대해선 진지하게 받아들여, 향후 캠페인을 벌이는데 참고로 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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