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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28년만에 돌아온 원년 액션 군단, ‘터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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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린다 해밀턴

1991년 2편 이후 나란히 복귀

전편 잇는 세계관·현란한 액션

강화된 여성 중심 서사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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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습부터 해보자.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기계 전사 ‘티(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이 날아온다.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 세력의 사령관 존 코너를 없애고자 작전을 펼친 것이다. 티-800의 임무는 훗날 존 코너를 낳게 되는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없애는 것. 이에 존 코너는 카일 리스(마이클 빈)를 과거로 보내 맞서게 한다. 1984년 개봉한 저예산 영화 <터미네이터>는 참신한 설정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1991년 나온 속편 <터미네이터 2>는 액체 금속형 로봇 ‘티-1000’이 어린 존 코너를 없애기 위해 날아오면서 시작한다. 이에 맞서 존 코너가 보낸 이는 새로 프로그래밍한 티-800. 1편에서 적이었던 티-800은 코너 모자를 보호하는 우군이 되고, 사라 코너는 강인하고 주체적인 전사로 거듭난다.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 영화를 발판 삼아 캐머런은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연출한 거장으로 올라선다. 시리즈는 <터미네이터 3>(2003),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로 이어졌지만, 캐머런 없는 후속편들은 1·2편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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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반격이 시작된다. 30일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는 캐머런이 28년 만에 제작자로 복귀했다. 이뿐 아니다. 해밀턴도 돌아왔다. 그는 2편에서 사라 코너의 여정이 완성됐다고 생각해 이후 모든 후속편을 거절했으나, 이번 시나리오를 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기획 단계에서 사라 코너의 복귀 아이디어를 낸 캐머런은 “린다 해밀턴이야말로 사라 코너를 위해 태어난 사람 자체”라며 믿음을 보였고, 연출을 맡은 팀 밀러 감독도 “내게 <터미네이터>는 늘 사라 코너의 이야기였다. 이후 영화들은 존 코너 이야기만을 확장하려 해 포인트가 빠져 있었다. 사라 코너의 복귀야말로 최선의 가능성”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리즈의 중심을 지켜온 슈워제네거도 합류해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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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2편 이후의 타임라인을 잇는다. 사라 코너의 활약으로 미래가 바뀌었지만, 훗날 또 다른 전쟁용 인공지능 ‘리전’이 등장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 리전은 인간 세력의 지도자를 없애고자 새로운 터미네이터 ‘레브-9’(가브리엘 루나)을 2020년 멕시코시티로 보낸다. 레브-9이 노리는 이는 평범한 여성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예스). 인간 세력은 기계로 강화된 인간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를 보낸다. 몸을 둘로 분리하는 등 더욱 강력해진 레브-9에게 쫓기다 위기에 처한 그레이스와 대니 앞에 누군가가 나타나 돕는다. 터미네이터 사냥꾼이 된 사라 코너다. 얼굴에 주름은 가득해도 탄탄한 근육과 카리스마가 여전하다. 해밀턴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1년간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군사 캠프 훈련까지 했다고 한다. 셋은 미국 텍사스에 있는 또 다른 조력자를 찾아간다. 거기엔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사는 티-800이 있다. 과거 인물과 새로운 인물이 한데 얽히고설키면서 충돌은 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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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세계관, 묵직하면서도 현란한 액션, 더욱 진보한 특수효과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강화된 여성 서사다. 1·2편에서도 사라 코너 중심의 여성 서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레이스·대니·사라 세 여성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팀 밀러 감독은 21일 내한 기자회견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다 부수고 복수하는 액션 영화는 많이 있었다. 이번에는 여성들이 그런 주인공을 하는 게 훨씬 더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요즘 할리우드의 흐름과도 맞닿는다. 세계 영화 시장을 제패한 마블도 <캡틴 마블>처럼 여성 히어로를 앞세운 영화를 내놓고 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마지막에서 대니의 미래를 암시하며 전편과는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한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스스로 주체적인 존재임을 각성하는 대목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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