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내년 양회 전 후임자 지정"
중국 정부에 대한 심각한 도전...홍콩 시위 진압 실패 책임 물어
후임자, 2022년까지 람 장관 임기 대체
헨리 탕 현 금융국장 등 후임자 거론
캐리 람 홍콩특구 행정장관은 19일 홍콩 시위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 천퉁자가 대만으로 가서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뜻을 밝힌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환구망 캡처, 홍콩 성도일보] |
중국 정부가 홍콩 최고 책임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경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FT는 교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FT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캐리 람 장관을 교체하기로 결정할 경우 후임자는 내년 3월 전 임명될 전망이다. 매년 3월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ㆍ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주요 인사가 이때 교체된다.
홍콩의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타이즈역 인근 몽콕 경찰서 밖에서 한 시위대가 진압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달 31일 41명의 부상자를 낸 타이즈역을 중심으로 과격 진압에 항의하며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캐리 람 연이어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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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장관은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1194표 중 777표(득표율 66.8%)를 얻어 당선됐다.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후임자가 정해지면 행정장관 임기인 5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람 장관의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의 사의 표명 의사가 담긴 발언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사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본인이 “사의 의사를 밝힌 적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5개월째로 접어든 홍콩 반정부시위는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이래 중국 공산당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민주 선거를 통해 최고 통치자와 입법 의원들을 선출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3일 중국의 연례 최대 정계 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했다. 중국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정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더불어 양회로 불린다. 5일 개막하는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 삭제안도 표결된다. 시진핑 주석(앞줄)이 베이징 에서 열린 정협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EPA=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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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람 장관의 후임으로 노먼 챈 현 홍콩금융관리국 국장과 헨리 탕 전 홍콩 재무 장관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챈 국장이 홍콩 금융 문제를 담당한 지난 10년간 홍콩은 통화 문제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탕 전 재무장관은 람 장관과 친분이 두터워 홍콩 시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행정장관 교체가 홍콩 시위대에 굴복한 것이라는 인식을 주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때문에 홍콩 경찰에 현재 폭력 시위 상황을 진정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람 장관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비난 속에 결국 이를 철회했다. 지난 15일엔 부동산 문제 등 개혁 방안을 내놓으려 했으나 의회 의원들의 반발로 제대로 발표도 하지 못했다.
홍콩 정치경제 전문가 사이먼 카트리지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람 장관은 두 가지 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5개월 간의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가 홍콩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킬 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며 논란이 되자 중국 외교부가 곧바로 입장을 내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헛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는 람 장관과 홍콩 정부가 법에 따라 혼란을 조속히 끝내고 질서를 회복하는 일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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