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를 겪으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입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금소법 주요 내용에 대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반대하면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통과도 쉽지 않은 상태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금소법) 법안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번 기회에 제정해서 출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쟁점은 다시 보완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어떤 사태만 생기면 법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24일 국회에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참석해 신용정보법(신정법)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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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정부와 각 의원이 내놓은 금소법 내용 중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고의ㆍ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다 보면 입증이 어려워 결과가 생기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하다 보면 어디 무서워서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금소법안은 피해자가 금융사의 위반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 민사소송 원칙을 바꿔, 금융회사가 위반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입증책임을 담고 있다.
입증책임은 금융상품의 복잡성과 전문성 때문에 소비자가 금융회사를 상대로 법규 위반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도입하려는 제도다. 특히 금융위는 고의, 과실로 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 입증책임을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김 의원은 원론적으로 도입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일반 국민들은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법체계라는 게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 소송제 모두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법안소위의 일반적으로 합의제로 회의를 진행하다보니, 소위 위원 한 명이라도 반발할 경우 법안 처리는 문턱을 넘기 어렵게 된다.
금융당국은 금소법이 이번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소법이 담고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이라든지 판매제한명령 이런 것이 있었다면 DLS 사태의 징후가 발견이 됐을 때 정부가 나서서 판매제한명령을 내렸을 것"이라며 "'이 법이 당장 있는 게 좋냐 없는 게 좋냐'를 묻는다면 불완전한 법이라도 당장 제정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며 국회에 입법을 호소했다.
한편 김기식 더좋은미래 정책위의장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금소법이 이제는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에게 키코 사태 때 확실히 손해배상과 책임을 지웠다면 경계심이 생겼을 텐데 아무런 법적 책임도 안 지우니 모럴 해저드가 생겼다"면서 "금소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 법은 사전적으로 금융회사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무위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제범죄는 그 범죄를 저질렀을 때 벌어들인 수익을 몰수하지 않는 한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면서 "이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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