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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박정희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불법”···계속되는 양승태 대법원 반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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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가 불법이므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므로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양승태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판결들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박모씨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박씨 등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년 박씨는 유인물을 통해 유신헌법 폐지를 주장·선동하고 공연히 긴급조치 9호를 비방함으로써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경향신문

    2015년 3월30일 긴급조치피해자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를 국가배상법상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본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3년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박씨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국가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일 뿐 국민 개인에 대한 불법행위는 아니라고 했다. 국민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부정한 것이다. 헌재도 지난해 8월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후 법원에서 과거사 피해자들 손을 들어주는 판결들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긴급조치 발령행위가 아니라, 수사·재판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점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경우였다.

    이번 재판부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가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면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이 국가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묻고 법에 따라 피해의 회복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국가긴급권의 행사가 헌법이 대통령에게 국가긴급권을 부여한 목적에 비춰 남용된 정도에 이르렀다면, 그로 인해 직접 구체적인 법익을 침해당한 국민은 국가에 대해 국가배상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는 게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긴급권의 행사가 헌법상 발동 요건을 갖췄는지, 최소 한도 내에서 행사했는지, 내용이 헌법에 명백히 위반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이나 국가적 안위에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령됐다”며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났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긴급조치 9호의 내용은 표현·신체·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도 금지한다”며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는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이고, 수사·구속·유죄판결·징역형 집행행위·수감 등의 피해는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가, 지난 9월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이동연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에 배치되는 판결을 내놨다. 2016년에는 광주지법 민사13부(재판장 마은혁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기영 부장판사)가 유사한 판결을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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