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윤지오 강제송환 세 가지 카드
①여권 무효화 ②인터폴 수배 ③범죄인 인도청구
캐나다 시민권 받았다면 강제송환 어려울 수도
윤씨, 지난 4월 "캐나다 시민권 취득할 수밖에"

후원금 사기와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인 윤지오(32)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경찰이 캐나다에 체류 중인 윤씨에 대한 강제송환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의 송환 추진 방법으로는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 △범죄인 인도청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월 캐나다 정부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지만 윤씨가 자진 귀국을 계속 미루고 있어 송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씨가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했는지 여부도 송환 변수로 꼽히고 있다.

고 장자연 사건 주요 증언자를 자처한 배우 윤지오씨가 지난 4월 24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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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윤지오 송환…여권 무효화·인터폴·범죄인 인도청구 고민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윤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 발부에 따라 경찰은 외교부에 윤씨의 여권 무효화를 요청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도 수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여권 무효화가 결정될 경우 윤씨는 캐나다 현지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여권 무효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우선 국내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로 여권 반납 명령서를 1차로 보내고, 부재로 인한 반송 시 2차로 보내야 한다. 재차 반송되면 외교부는 여권과 홈페이지에 관련 사실을 14일간 공시한 다음 여권 무효화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 여권이 무효화 된다 하더라도, 여권과 비자는 별개다. 윤씨가 받은 비자의 체류 기간이 남아있다면 만료 때까지 캐나다에 머물 수 있다. 다만 제3국으로 이동할 때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경찰은 인터폴 공조를 통한 수배를 활용할 방침이다. 우리 경찰이 캐나다 인터폴에 윤씨 추방을 요청하는 방법이다. 캐나다 인터폴이나 이민국이 추방을 결정하면, 우리 경찰이 파견 호송을 나가 윤씨를 송환해올 수 있다. 인터폴은 수배가 내려진 범죄자가 검거되면 해당 국가로 송환하도록 하지만, 이는 강제적이라기보다 약속에 가까워 캐나다 사법당국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경찰이 윤씨에게 인터폴 수배 단계 6단계 중 어떤 수배를 내릴지, 가장 강한 단계인 ‘적색 수배’를 내릴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다른 송환 방법은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우리 법무부가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캐나다가 맺은 1994년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근거로 캐나다 사법당국에 윤씨 체포를 직접 요청하는 것이다. 최근 구속된 김준기(75) 전 DB그룹 회장의 경우 우리 법무부가 지난 7월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자, 지난 23일 약 2년 3개월간의 도피를 끝내고 자진 귀국했다.

◇윤씨 시민권 획득이 ‘변수’…소환 3회 불응, 강제 송환 착수

다만 윤씨가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했다면, 송환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윤씨가 캐나다 시민권자라면 캐나다 정부가 윤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거부할 경우 사실상 경찰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 영주권자인 윤씨는 지난 4월 24일 캐나다로 출국하면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렇게 된 이상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씨가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체포영장 발부 소식에 윤씨는 지난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캐나다 경찰 측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제가 겪는 부당함을 보고는 절대 한국에 가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수시로 저를 체크하고 보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캐나다 경찰이 윤씨에게 이런 입장을 밝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16일까지 윤씨에게 3차례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지만, 윤씨는 캐나다로 출국한 뒤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자진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통상 출석요구에 3회 가량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 방안을 검토한다.

윤씨는 고 장자연씨 사건의 증언자를 자처했지만, 이후 거짓말 논란이 일면서 사기·명예훼손 등 각종 고소·고발에 휩싸였다.

윤씨는 지난 4월 23일 저서 ‘13번째 증언’의 준비 과정에서 알게 된 김수민 작가에게 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로 고소당했다. 김 작사의 법률대리인인 박훈 변호사는 사흘 뒤인 26일엔 "윤씨는 2019년 1월 두 번의 차량 사고가 성명 불상의 테러였으며 신변 위협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완벽한 허위 진술"이라며 사기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윤씨는 본인에게 후원금을 낸 439명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당했다. 이들은 "선의가 악용·훼손됐다"며 윤씨에게 후원금 반환과 정신적 손해배상 명목으로 3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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