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로봇이 온다

조직 검사⋅채취⋅표식까지 다하는 미세 의료로봇 나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3세대 다기능 캡슐로봇 개발

미세 의료로봇 역할을 하는 다기능 캡슐 로봇이 개발됐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이하 KIMIRO)은 캡슐내시경 하나로 진단, 검사용 조직 채취, 병변 부위 표식을 모두 할 수 있는 다기능 치료캡슐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연구원은 전남대학교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에서 시작해 올해 1월 독립한 재단법인이다.

미세 의료로봇은 혈관이나 위장관을 통해 우리 몸 속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현재 상용화된 로봇은 2cm 정도의 알약 크기 캡슐에 카메라와 영상저장장치를 달아 대장 내시경 검사에 활용하는 진단용 ‘캡슐내시경’이다. 이번 캡슐로봇 개발은 캡슐내시경이 진화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

마이크로 의료 로봇 ‘캡슐내시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영상진단 모듈, 약물주입모듈, 생검 모듈 기능이 탑재된 캡슐 모형 /김태환 기자


박종오 KIMIRO 원장은 "모든 의료기기는 인체 절개를 최소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마이크로 의료 로봇이 궁극적 해법"이라며 "운동 기능이 없는 1세대 캡슐내시경에서 시작해 지난 20년간 세계적 기술 경쟁력을 갖춘 결과 3세대 캡슐내시경을 선보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1세대 캡슐내시경은 캡슐내시경 자체의 운동 기능없이 장 내에서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한 연동운동을 이용해 영상을 찍는다. 이 기술은 1999년 박 원장과 김태송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등이 개발해 국내 기업인 인트로메딕에 이전했다.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 시 실제 사용 중이다.

2세대 캡슐내시경은 외부에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었던 한계를 전자장을 주면 끌려오는 자석의 성질로 극복했다. 국내 기업인 우영메디칼이 2015년 기술 이전을 받아 외부 전자장 코일기기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1세대와 2세대 캡슐내시경은 진단용으로만 쓸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3세대 캡슐내시경은 진단 기능에 치료까지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진단 내시경 이후 또 다른 내시경 시술이 없도록 각 기능을 개별 모듈 플랫폼으로 각각 구축하고, 체내에서 각 모듈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개발 책임을 맡은 김창세 KIMIRO 연구부장(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은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외부 전자기장을 이용해 크기를 최소화했다"면서 "내부에 영구 자석을 탑재해 조직채취와 구동이 되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3세대 캡슐내시경은 기능에 따라 ‘생검 모듈’과 ‘약물주입모듈’로 나뉜다. 생검모듈은 영상진단용 갭슐내시경에 조직 채취를 위한 작은 칼날을 탑재했다. 별도의 배터리 없이 소화기 기관 내에 들어갔다가 의심되는 병변 부위 조직 근처에 위치했을 때 외부에서 전자기장을 쏴 칼날을 회전시켜 조직을 깎는다.

약물주입모듈은 특정 위치에 주삿바늘을 찔러 약물이나 잉크를 집어넣는다. 이를 위해 영상진단용 캡슐내시경에 소량의 약물과 미세 침이 탑재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부위 병변에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할 수 있어 먹는 약보다 부작용 우려가 적다.

특히 약물을 주입할 때는 환자의 신체 외부에서 자기장을 보내면 캡슐 내에 담긴 2가지 종류의 화학성분이 반응하면서 가스 압력을 만들게 된다. 이 압력은 약물을 병변 부위로 밀어넣는 힘이 된다.

또 약물 대신 잉크를 사용하면 문신을 새기듯 점막하층까지 표식을 남길 수 있다. 기존 병변 표식 기술의 경우 소화기관의 특성상 음식물 등이 들어오면 씻겨 내려갈 우려가 높았다. 잉크를 점막하층에 주입하면 의사가 수술이나 시술 시 해당 병변 부위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이 기술 개발에 참여한 방승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3세대 캡슐 내시경은 기술적 성숙도를 높여 향후 소화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의료기기 시장의 퍼스트무버(first-mover)’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