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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미국은 압박하고 일본은 느긋…지소미아 외통수 몰린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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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틸웰 방한 또 압박 외교

일본은 미국 앞세워 꿈쩍도 안해

한국, 여론반발 의식 번복 힘들어

변화 조짐 속 청와대선 “예정대로”

중앙일보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왼쪽)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오른쪽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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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만료(22일 자정)를 17일 앞두고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한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종료 결정 철회를 압박하고, 일본은 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이 깊다.

5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6일 청와대와 외교부 인사들을 접견한다. 미국이 수차례 예고한 대로 지소미아를 복원하라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전하는 게 이번 방한의 목적이다. 최근 워싱턴 조야 인사들을 두루 만난 소식통은 “모든 대화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실망감 표출로 시작됐고, 중국·러시아·북한 등에만 이롭다는 우려가 빠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대중국 견제라는 큰 틀에서 보는 만큼 한국이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내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말지를 선택하라는 식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그간 한·중 관계를 고려해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공교롭게도 스틸웰 차관보와 동시에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도 방한해 6일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개최한다. ‘개발·에너지 등 분야의 신남방정책-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가 주 의제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 국무부도 SED 개최 보도자료를 냈는데, 외교부 자료엔 없는 5G 문제를 넣고 “양국은 세계에서 5G 등 디지털 이코노미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했다. 5G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와 직결된 예민한 사안이다. 외교부는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아세안 국가의 역량 강화에 협력한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이 한국의 화웨이 기술 도입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뇌관처럼 남아 있다.

정작 일본은 지소미아 문제에서 느긋한 태도다. 소식통은 “한국이 경제 문제를 이유로 지소미아를 종료해 국제규범을 어겼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고, 미국을 향해 ‘한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깨려 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 사실 일본은 꽃놀이패를 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외통수에 몰린 형국이다. 지소미아 복원 조건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내걸었는데 일본은 꿈쩍도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변화 없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리기엔 국내정치적 부담이 크다. 여론의 60.3%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지지하는 만큼(동아시아연구원 4일 설문조사) 번복하려면 설득 근거가 필요하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일본 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현 단계에선 예정대로 지소미아를 끝낸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며 전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의 ‘지소미아 효용성 평가’ 발언에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강제징용-일본의 수출규제-지소미아를 ‘3종 세트’로 보지만 미국 기류는 다르다.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는 한·일이 풀 사안이라 관여하지 않겠다’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저해하므로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한국으로선 미국의 압박성 요구와 국내 여론, 안팎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고위급 협의를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는데, 일본이 강제징용 문제 등을 다룰 양국 간 고위급 채널 출범에 합의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정부도 지소미아 결정을 재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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