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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특목고 폐지 예고에 이사 고민 커진 초등생 맹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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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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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생 딸을 둔 김 모씨는 자녀 중학교 선택에 고민이 커졌다. 딸이 공부를 잘해서 자사고나 외고에 보내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폐지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녀를 위해 소위 '명문고' 배정 확률이 높은 중학교로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별 명문 학군에 대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지난 7일 2025학년도부터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남 8학군을 포함해 일반고로 전환되는 외고·자사고를 중심으로 '일반고 서열화'가 예상된다.

실제 7일 지역의 한 커뮤니티에는 "2025년 이후에는 우리 동네 A중학교 졸업생은 그대로 고양국제고 가는 것이니 게임 끝난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 초교 4학년 이하 학생들은 성적이 우수하지 않아도 명문고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명문 일반고 외에 새롭게 일반고로 전환되는 현재 외고·자사고도 대학 진학 실적과 우수 교사진 등을 바탕으로 당분간 학교 명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초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위치가 좋지 않은 곳은 인기가 떨어질 것 같다"며 "결국 강남 8학군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지" 등 고민을 털어놨다. 초교 학부모들의 관심은 고등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평준화 지역 여부에 해당 고등학교 지원 자격이 제각각인 탓이다.

예를 들어 전북 전주의 상산고와 강원 횡성의 민족사관고등학교는 현재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는 전국단위 자사고지만, 2025년부터 각각 평준화 지역 일반고,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로 지위가 엇갈린다. 2025년 이후 상산고 지원 자격은 전주 소재 중학교 졸업생과 전북 비평준화 지역 중학교 졸업예정자 등으로 제한된다. 모집 방식도 면접 등 전형을 통한 학교장 선발에서 교육감 배정(추첨 형식)으로 바뀐다. 반면 민사고는 강원도 중학교 졸업생만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비평준화 지역에 있기 때문에 학교장 선발 방식의 모집 방법은 그대로 유지된다.

전국단위 자사고뿐 아니라 기존 외고, 국제고, 전국단위 일반고 등도 중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입학 지원 자격이 달라진다. 평준화 지역인 경기 고양의 고양국제고는 2025년 이후 고양 소재 중학교 졸업생과 경기도 비평준화 지역 중학생 등만 지원할 수 있다. 국제고가 없는 시도를 포함해 경기 전역에서 입학생을 받던 것에 비해 대폭 문이 좁아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외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인기가 이어져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가 돼도 대입에서 강한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며 "모집단위가 전국에서 광역으로 바뀌면 대입에서 내신의 불리함이 사라지고, 기존 학교의 이름과 교육 과정은 그대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특히 초등학교 4학년 이하 학부모 중 주변에 명문 일반고가 없으면 명문 학군이나 지역 내 거점 명문 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가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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