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美서 최고 직장 뽑힌 회사가 한국 와선 노조 때문에 곤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원 58명인데 노조전임 2000시간 요구, 40개국 중 유일"

"전 세계 40여 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 오직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입니다."

글로벌 동물 약품 회사인 조에티스(Zoetis)의 한국 법인 이윤경 대표는 12일 본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조에티스는 동물용 의약품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반려동물 심장사상충약 '레볼루션' 등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미국 포브스지(誌)가 선정하는 '미국 최고의 150개 직장'에 올해까지 4년 연속 이름을 올렸고, 미 워킹마더매거진이 발표하는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상위 100위 기업'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2013년 만든 한국 법인에서는 노조의 파업과 회사 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조에티스 직원은 58명인데 27명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이다.

노조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 활동을 위한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한도 확대를 거부하고, 거꾸로 절반 이상 줄이자고 요구했다"며 "글로벌 기업이면서 '한국에서는 (현지 근로자 무시하고) 그래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활동을 하면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행법은 일정 한도 시간까지는 노조 활동을 하더라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타임오프제를 두고 있다. 노조원이 99명 이하인 회사에선 연간 최대 2000시간까지 가능하다. 한국조에티스 노조는 "기존 1200시간에서 상한선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회사 측은 "500시간으로 줄이자"고 맞서고 있다. 지난 6월 일부 조합원(18명)이 파업에 들어갔고, 회사가 직장 폐쇄로 맞서면서 갈등이 악화된 상태이며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조합에서 탈퇴한 일부 직원의 승진을 철회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지사 대표가 '우리도 노조가 있지만 한국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비슷한 규모의 의약업계 회사들은 보통 50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직원이 50명 남짓한 회사에서 2000시간까지 허용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노조를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주희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