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등 새로운 택시 서비스, 택시면허 있어야 취업 가능
재취업 활동 명목으로 실업급여 최고 198만원 받을수 있어
올해 응시자 역대 최다… 실직·노후 대비한 '보험용'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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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확인하는 택시 면허 응시자들 - 택시 운전 자격시험 응시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시험을 치른 뒤, 벽에 붙은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택시 시험 응시자 수는 수년간 꾸준히 줄어들다가 작년부터 급반등해 올해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강다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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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줄어들기만 하던 택시 시험 응시자가 작년부터 급반등세다. 12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에서 자격시험에 2만6677명이 응시했다. 작년 같은 기간(2만1345명)보다 5332명(25%) 늘었다. 연말까지 3만6000명이 응시하게 되는 추세다. 이는 2012년 운수 종사자 자격 요건이 강화된 후, 역대 최다(最多) 인원이다.
택시 시험 응시자는 2012년 응시 조건이 강화된 이후 꾸준히 감소해왔다. 2012년엔 3만5768명이 응시했지만, 해마다 줄어 2017년엔 2만6277명에 그쳤다. 그러다가 작년에 2만9045명이 응시하며 급반등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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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복합적이다. 관계자들은 '불안 심리'를 첫손에 꼽았다. 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자격시험 응시자는 IMF 이후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했을 때 최정점을 찍었다가 꾸준히 감소했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며 "사람들이 불황과 노후 불안 등으로 일단 택시 면허를 따놓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지역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고영문 부장은 "시험장에서 '당장 취업할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절반밖에 안 되더라"고 했다.
실제로도 '보험용 면허' 보유자가 많다. 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택시 면허 보유자는 100만여명이지만, 2019년 7월 기준 전국 택시 면허 대수는 25만2356대다. 업계 관계자는 "응시자가 많아도 다들 자격증만 따놓고 당장 취직은 안 하니 택시 회사들은 구인난"이라며 "사람이 없어 차량을 30% 이상 놀리는 회사가 태반"이라고 했다.
실업급여만 겨냥한 응시자도 적지 않다. 한영택시 김상태 상무는 "합격자들에게 취직을 권유하면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서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와 허탈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택시 시험 응시는 그 자체만으로 정부 실업급여 지급 조건인 '적극적 재취업 활동'에 해당한다. 퇴직자가 택시 시험 응시 원서를 제출하는 등 구직 활동을 하면 취업할 때까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월 최대 198만원)'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최장 9개월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 지역 법인택시 기사의 한 달 임금 총액은 144만5000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뼈 빠지게 택시 운전해서 상여금 포함해 200만원 남짓 버느니, 놀며 실업급여 타는 것이 이득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나 카카오택시처럼 새로운 형태의 운수업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택시 면허 보유자'만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점도 택시 시험 인기에 한몫했다. 국토교통부는 7월 '택시-모빌리티 업계 상생안'을 발표해 "자격시험을 통과한 '택시 기사 자격 보유자'만 플랫폼 택시를 운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시험장에서 만난 김영기(67)씨는 "'타다'가 기소됐으니 택시 업계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철(42)씨는 "그냥 택시보다는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가 더 활성화되면 그쪽에 취직하고 싶다"고 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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