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12일(현지 시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철군설에 대해 “어리석은(stupid) 짓”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검증, 견제하는 의회의 고위인사가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
엥겔 위원장은 이날 한미 공공정책위원회(KAPAC)가 의회에서 ‘한미 동맹의 강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개최한 한미 지도자 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주한미군 철수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보통의 미국인들은 한국과 일본에 왜 미군이 필요하고,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며, 이들처럼 부유한 나라가 왜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느냐고 묻는다”며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뉘앙스로 발언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자리였다. 그는 “그것이 현 행정부가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거듭 “나는 반대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앞서 진행한 축사에서는 “70년 간 한미 동맹은 동북아 안정의 디딤돌이었다. 외교적, 경제적 관계는 점점 더 강해져왔다”며 “우리는 우리의 오랜 동맹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동맹 간의 신뢰를 져버리고 있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하는 청중을 향해 “동맹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한국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교착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그는 “김정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협상에 있어서 정말로 강경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으로써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내놓은 지적이다.
엥겔 위원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두 번이나 만났지만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가 평화를 위한 그 어떤 진전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핵무기를 없애더라도 그것을 제조할 수 있는 지식은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협상에서 매우 강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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