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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월급 못줄 상황' 문자에 직장 그만뒀다면…대법 "해고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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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못줄 상황' 문자에 직장 그만뒀다면…대법 "해고에 해당"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진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뒀다면 이를 자진 사직이 아닌 해고로 봐야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에 따르면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자발적 퇴사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6년 11월 말 종업원 B씨 등 4명에게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더는 모두를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 12월엔 월급마저 지급을 못할 상황이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12월 5일까지 더 많은 급여를 주고 일하기 좋은 다른 곳을 알아볼 것을 권유했다.

이튿날인 12월 1일 B씨 등 4명은 식당을 그만두면서 같은 날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상실신고를 모두 마쳤다. A씨는 그 무렵 한 구직사이트에 홀 담당 직원, 주방 담당 직원, 아르바이트(파트타임) 직원을 구하는 채용 공고를 냈다. 이에 B씨 등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A씨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진정을 했다.

재판에선 B씨 등 4명의 퇴직이 자발적 퇴사가 아닌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A씨가 종업원을 전원 해고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특히 해고될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은 이상, 해고예고수당의 대상이 특정돼야 하는 이 사건에서는 누구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식적으로 A씨 등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B씨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며 "식당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이 필요했다면 직원 중 해고할 사람을 특정했어야 함에도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해 직원 모두에게 자진 사직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손현경 기자 son89@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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