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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조국은 묵비권, 정권은 수사 장악 추진, 이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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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 장관이었던 사람이 비리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일이 실제 벌어졌다. 그 기록의 장본인인 조국씨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조사받은 날은 대학 수능시험일이었고,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조씨는 장관으로 있으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후보자 시절엔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자신은 위법한 일이 없고 떳떳하다고 했다. 대통령 비서일 때는 페이스북으로 온갖 세상사에 참견했다. 그러더니 막상 피의자로 소환되자 수능 날을 골라 몰래 검찰에 출두하고 묵비권까지 행사한다. 이러니 '조국스럽다'는 말까지 생겼다.

조씨가 그간 해온 말은 거의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됐다. "저는 물론 제 처도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고 하더니 실제론 차명 계좌까지 만들어 790차례 증권·선물 거래를 했다. "딸 병리학 논문 1저자 선정에 가족 누구도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했지만 정씨가 부탁한 거였다. "공주대 인턴은 딸이 이메일로 신청한 것"이라더니 정씨가 동창 교수를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비리 때문에 사퇴했으면서 "가족 안위를 챙기기 위해 물러남을 택했다"고 한다. 조씨가 검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은 더 이상 둘러댈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삶 자체가 위선이고 말과 행동이 정반대인 조씨 모습을 보면서 참과 거짓을 분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된다.

조씨 아내 정경심씨는 조씨가 보내준 돈으로 작전주를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장외에서 사들여 수억원을 벌었다. 뇌물로 볼 수밖에 없다. 차명 주식과 그 수익은 조씨 재산 신고에서 누락됐다. 백지신탁을 피하려고 공직자 윤리법을 어긴 것이다. 의전원에서 낙제한 딸이 6학기 연속 장학금 1200만원을 받았다. '민정수석의 딸'이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특혜다. 딸과 친구의 인턴증명서는 조씨가 서울대 법대 교수일 때 위조됐다. 조씨가 딸 친구에게 직접 전화해 세미나에 참여하라고 했다. 증권사 직원이 자기 집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며 증거인멸을 하는데도 모른 척했다. 조씨에 대한 검찰 질문지가 100쪽도 넘는다고 한다. 혐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검찰이 끝까지 수사해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모조리 벗겨야 한다. 그래야 이런 위선자가 연기로 정의로운 유명인이 되고 권력까지 잡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 와중에 법무부가 '검찰 수사 사전 보고' 규칙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압수 수색, 구속 영장 청구 등을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미리 보고하라는 것이다. 법무 장관에게 보고한다지만 실제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과 같다. 1시간도 안 돼 청와대로 보고될 것이다. 안 그래도 검찰 인사권으로 검찰을 사냥개로 부리는 대통령이 이제 대놓고 수사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더니 이제 정권 허락을 받고 수사하라고 한다. 앞으로 조국 같은 인물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조국 같은 사람을 장관 시켜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개혁안'에는 조폭과 마약, 주가 조작, 불법 선거 수사 부서까지 폐지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것이 무슨 '개혁'인가. 일반 형사 범죄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것은 그냥 조국을 수사한 검찰에 보복하는 것이다. 이성을 잃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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