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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30대는 음원 듣고, 10대는 음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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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14일 컴백해 29만장 앨범을 판 슈퍼주니어.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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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덤의 주축은 1020세대다. 이들은 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소비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아이돌의 실물 음반 판매량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디지털 음원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다. 디지털 세대인 아이돌 팬덤이 음반 중심으로 소비 패턴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음반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음반 판매량 상위 10위 안에 든 가수는 모두 아이돌이었다. 슈퍼주니어, 뉴이스트, 엑소 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보이밴드가 이름을 올렸다. 슈퍼주니어 29만장, 뉴이스트 18만장 등 판매량을 올리며, 막강한 '음반 파워'를 증명했다.

반면 디지털 음원시장에서는 '아이돌' 파워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터차트 지난달 월간 음원 순위에서는 아이돌은 악동뮤지션, 트와이스 등 두 그룹에 불과했다. 악동뮤지션이 댄스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정통 아이돌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음원에서 성공을 거둔 아이돌은 트와이스뿐이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는 장범준, 임재현, 볼빨간사춘기, 폴킴 등 발라드 음악을 위주로 하는 뮤지션들이 안착했다. 디지털 세대인 아이돌 팬덤이 음원보다는 음반 시장을 통해 팬심(心)을 증명하는 것이다.

김반야 대중문화 평론가는 "현재 대중음악은 음원과 음반의 소비층이 다르다"면서 "30대 이상은 음원으로 발라드 음악을 듣고, 10·20대는 음반을 통해 아이돌을 응원한다"고 했다.

주요 기획사들이 음반을 '굿즈(관련 상품)'와 연계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빨라졌다. 아이돌 팬덤은 음반을 음악을 소비하는 도구보다는 상품에 포함된 여러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정병욱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이돌 팬덤이 과거와 달리 실물로 소비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음반에 포함된 앨범, 포토카드, 팬사인회 추천권 등을 '굿즈'로 소비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주요 음원 차트 위상의 추락도 아이돌 팬덤이 음원을 경시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부 무명 가수들의 뜻밖의 차트 1위로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면서 아이돌 팬덤이 실물 중심의 음반 시장으로 소비 성향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아이돌 팬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컴백에 맞춰 음반 구매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컴백한 주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초동 판매량'은 앨범 성공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같은 현상에 힘입어 한국 음반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음악시장이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개편되는 상황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음반 시장은 2014년 737만장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2000만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1억4380만에 달하던 시장이 1억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음반 시장 성장에는 지나친 상술이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똑같은 앨범 CD를 여러 버전으로 발매해 여러 장의 앨범을 사게끔 만드는 방식은 이미 엔터업계의 '상업 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부 팬들은 팬 사인회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앨범을 수십 장 사는 경우도 있다.

김 평론가는 "패키지 앨범 등을 여러 버전으로 판매해 상술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아이돌 시장의 경쟁력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쉽게 예단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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