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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법정스님 미출간 글 모은 추모집…내년 10주기 산문 등 68편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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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무소유'로 상징되는 법정(法頂) 스님 10주기를 앞두고 그의 미출간 원고 68편을 모은 추모집 '낡은 옷를 벗어라'가 출간됐다.

이번 책에는 산문·설화·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 68편이 담겼다. 책 곳곳에서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른들의 명예나 재산이 어린이들이 쌓은 모래성과 견주어 무엇이 다르랴. 인생의 황혼이 내리면 그것은 다 부질없는 것. 그래서 우리들은 밤이 오면 저마다 어버이의 품을 찾는 어린 꼬마. 찾아갈 다사로운 품을 찾지 못할 때, 우리는 그를 일러 고아라 한다. 인생의 고아! 실향사민(失鄕私民)이라고도 한다."('모래성' 중)

책에 실린 글 중에서 입시에 실패한 J군에게 쓴 글도 눈길을 끈다.

"J군은 지금 안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내일이 또 있습니다. 오늘 입은 상처를 다스리며 내일로 뚫린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합니다. 고뇌 속에서 우리는 근원적인 '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J군의 앞날에 환한 지평이 트이기를…." ('너는 성장하고 있다' 중)

이번 추모집에 수록된 글은 법정 스님이 1963∼1977년 불교신문에 게재한 글들이다. 행사에 부친 글도 있고, 경전에 관한 글, 일반적인 산문, 승가에 던지는 제언 등 각양각색의 글들이다.

글 중에는 시도 12편이 포함되어 있다. 시 중에 '봄밤에'라는 작품이 있다. "하늘에는 별들끼리 눈짓으로 마음하고 / 산도 가슴을 조이는가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 / 나도 이만한 거리에서 이러한 모습으로 한 천년 무심한 바위라도 되고 싶어."

교계신문 주필과 논설위원을 맡기도 했던 스님은 많은 글을 남겼고, 법명 이외에 '소소산인' '청안' 등 여러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책을 펴낸 불교신문사는 2010년 3월 11일 법정 스님이 입적한 뒤 신문 영인본을 뒤져 이들 원고를 찾아내 책으로 묶었다. 불교신문사 사장 정호 스님은 "책에 대한 수익금은 불교 포교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장학기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물을 더 이상 내지말라"는 스님의 유언 때문에 망설이다가 가르침을 연구하는 차원에서 책을 펴내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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