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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북·미 대화 동력 어떻게든 살리려는 한·미 정상의 ‘정치적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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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공중훈련 전격 연기 왜

15일 문 대통령·에스퍼 회동 때

사실상 ‘훈련 연기’ 가닥 잡은 듯

김정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

한반도 정세 흐름 영향 불가피

‘단칼’에 배척하진 않을 가능성

북-미 ‘밀당’에 긍정 신호 될 듯

2017년 한·미 연합훈련 연기 시사

북 평창올림픽·대화의 장 끌어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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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한·미 국방장관이 전격 발표한 ‘올해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우여곡절 속에서도 지속된 한반도 평화 과정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어하는 남·북·미 정상의 ‘동상이몽 속 공감’을 토대로 한 한·미 정상의 정치적 결단으로 볼 수 있다.

대북제재와 함께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대표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지목·비난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양국의 ‘훈련 연기’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한반도 정세의 흐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북쪽이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연습 자체를 완전 중단”하라고 압박하면서도 “미국 국방장관의 (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이런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쪽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14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고 밝힌 터라, 단칼에 배척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7일 타이 방콕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나 올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의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애초 한·미는 15일 서울에서 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11월 중 실시할 계획이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체할 훈련의 규모 등을 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당시 정경두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향에서 ‘최적의 결심’을 하겠다”고 했고, 한·미는 결국 훈련을 연기하기로 결론내렸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때 훈련 연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훈련 연기 결정은) 국방장관끼리만 만나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겠느냐”며, 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만남 때 사실상 ‘훈련 연기 결정’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내비쳤다.

한·미의 이런 결정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강행을 “대결 선언”으로 규정한 권정근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의 담화(6일)→6·12 싱가포르 합의의 “노골적인 파기, 전면 부정”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듯 “배신감” 운운한 사상 첫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13일)→“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 태세를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는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응답(13일)→“임의의 장소·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를 밝힌 김명길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 담화(14일)→“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싶다”는 김영철 아태위원장의 화답(14일)이라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북·미가 각자 언론 보도 등을 매개로 공개적인 메시지를 주고받는 한편으로 물밑에서는 12월 중 추가 북-미 실무협상 성사 등을 위해 ‘밀당’을 하고 있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이날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맹비난하며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 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 전에 핵문제가 논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신경전을 예고했다.

한·미 연합훈련 공식 중단 또는 연기 결정은 파괴력이 상당하다. 앞서 한반도 정세가 전쟁 위기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2017년 말, 문 대통령이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가능성을 공개 천명(12월19일)해, 정세 향배를 협상 쪽으로 크게 돌리는 물꼬를 텄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북 대표단 파견 용의 천명 신년사(2018년 1월1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연기 수용(1월4일)으로 이어졌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 3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북한이 ‘적대 행위’로 규정하는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 중단이 대화의 장을 연 것이다.

노지원 이완 이제훈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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