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1시간40분만에 중단됐는데
10여분만에 언론에 미리 회견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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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가 진행중이던 19일 오전 11시30분께 미국 대표단은 돌연 ‘중단’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 협상을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일부 언론에 ‘긴급 기자회견’ 계획을 통보했다. 미국이 애초부터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결렬 카드’를 들고 협상에 나왔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날 외교부 안팎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한·미 협상 대표단이 서울 동대문구 국방연구원에서 오전 10시 3차 회의를 시작했는데, 미국은 협상을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서울의 일부 내외신 기자한테 연락해 기자회견 사실을 공지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오후 1시30분 온브리핑(방송이 가능한 기자회견)’이 있으니 서울 용산구 남영동 아메리칸센터로 1시까지 와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어떤 주제로 누가 브리핑을 하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협상은 오전 11시40분께 미국의 일방적인 ‘중단’ 선언으로 끝이 났고, 대사관 쪽에서는 점심 무렵 기자회견 시간을 더 당겨 취재진한테 12시30분까지 와줄 것을 요청했다. 현장에 있던 주한미국대사관 대변인은 기자회견 직전 “드하트 대표가 준비해 온 성명을 읽을 것”이라며 “길어야 2분 정도다. 질문은 받지 않을 것이다. 성명을 발표하고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12시45분 제임스 드하트 미국 협상대표가 등장해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협상 중단’에 대한 성명을 읽었다.
드하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한국을 압박했다. 이번 협상 열흘쯤 전에도 한국에 와서 의회·언론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 ‘50억달러 명세서’를 알리며 대폭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장외 여론전’을 벌였던 드하트 대표는, 이번에도 준비된 ‘협상 결렬’ 카드와 깜짝 기자회견으로 한국을 흔들려는 전술을 이어갔다. 미국의 요구가 협상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려운 무리한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드하트 대표는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경청할 준비를 하고 서울에 왔다.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위해 우리의 입장을 조정할 준비까지 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미국이 입장을 어떻게 조정하려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드하트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은 2분 만에 끝났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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