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반환점 돈 DLF 논란… 은행 CEO 제재 여부 촉각 ‘고위험 사모펀드’ 판금에 ‘은행 신탁’ 고사 위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논란이 중반부를 넘어 종반부로 향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 DLF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다음달에는 DLF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제기한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예정돼 있다.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은행들에 대한 검사결과가 종합된 후에는 은행과 은행 경영진에 대한 징계절차에도 돌입한다. 지난 8월 은행 판매 사모펀드 상품의 ‘원금 전액 손실’이라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한 이후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DLF 사태는 고위험 상품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관행이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또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 문제도 동시에 드러났다.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발표한 재발방지 대책 이후 은행들은 사모펀드 등 상품판매에 제약이 생기게 됐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관행에도 철퇴를 가하게 되면서 은행들의 영업방식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사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논란은 충격적인 손실률만큼이나 그동안 한국 금융에서 드러났던 여러 문제점들이 동시에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며 “그런 만큼 금융당국의 수습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주목할 부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당ㆍ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위험 사모펀드’ 은행서 판매금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는 은행들이 앞으로 파생결합증권(DLS·ELS) 등 고위험 상품을 기초로 구성한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일반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앞으로 최소 3억원의 자금을 투자하도록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요건도 강화된다. 이들 두 가지는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번 대책을 이해하려면 금융당국이 새롭게 도입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알아둬야 한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원금의 20~30% 이상을 잃을 가능성이 있고, 파생상품 등이 포함돼 있어 투자자들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으로 정의된다. 구조화상품과 신용연계증권, 주식연계상품 등이 이에 속한다.

은행·보험사들은 이들 고난도 상품 가운데 사모펀드·신탁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된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고위험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판매하면서 투자자가 ‘안전한 상품’으로 잘못 이해하도록 한 것이 이번 DLF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로는 고난도 상품이라 해도 은행 판매가 가능하다. 또 고객이 고난도 사모펀드를 원하는 경우에는 사모투자재간접펀드(사모펀드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에 가입하는 길을 열어 놨다.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일반 투자자의 요건도 강화된다. 사모펀드에 대한 최소 투자금액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라간다. 차입비율 200% 이상인 펀드는 최소 투자금액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아진다. 이는 기존 최소투자금액 1억원이 위험을 감수할 능력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은행과 증권사 모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파생결합펀드(ELF·DLF)와 신탁(ELT·DLT)의 은행 판매 잔액은 49조8000억원으로 투자자 수만 86만 명에 달한다. 올해 6월 말 잔액 기준 국내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규모 116조5000억원 가운데 약 40%가 은행이 판매한 펀드·신탁에 편입된 셈이다. 파생결합증권 가운데 41.4%에 해당하는 48조3000억원이 사모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가장 큰 판매채널 중 하나가 막히게 되는 셈이다.

은행도 수수료수입에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8월 초까지 파생형 펀드 판매 수수료로 약 43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들은 저금리로 이자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 같은 조치는 은행의 수익원을 축소할 수 있다는 면에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에 대한 최소 투자금액을 3억원으로 올린 것도 영향이 크다. 사모펀드라 하더라도 ‘고난도 상품’이 아니면 은행에서도 판매가 가능하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1억~3억원을 투자하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대부분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은행이 판매하는 펀드 규모도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매일경제

▶금융사 내부통제에 경영진 책임 명시

이번 대책에는 금융사 경영진을 겨냥한 조치도 있다. 금융사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관리의무를 부여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을 제재하도록 했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경영진 책임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했다. 그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두고 논란이 될 수 있어 명확하게 하려는 차원이다. 최종 책임은 CEO가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의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에도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고객 수익률에 연동한 성과체계 도입 여부와 판매 수수료 체계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자체적으로 도입한 투자자 보호방안도 타은행들이 도입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우리·하나은행은 금융투자상품 리콜제(가입 철회권), KPI에 고객 수익률 반영, PB 전문성 강화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금융위는 이밖에도 다양한 투자자보호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실질적 공모상품이 사모형식으로 판매되지 않도록 차단한다. 6개월 안에 50인 이상에게 판매되는 펀드가 기초자산·손익규모가 동일하면 이를 공모펀드로 판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모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유사한 구조를 가진 상품을 49인씩 쪼개서 사모펀드의 형태로 판매했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공모펀드의 경우 금융당국의 신고서 제출 등의 규제가 발생하면서 보다 투명한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녹취·숙려제도 적용대상도 대폭 확대한다. 숙려제도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청약이후 2일간 철회기간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모든 투자자가 숙려제도의 대상이 되며, 기존 고령투자자 기준은 70세 이상에 해당했지만 앞으로는 65세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숙려기간 중에는 청약 승낙을 권유·종용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별도의 청약승낙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자동적으로 청약이 철회된다. 상품 설명의무에는 형식적인 서명을 떠나 자필과 육성 진술절차만 인정하는 등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며, 관련 자료는 10년간 보관하도록 규정을 변경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금리파생상품 같은 고위험투자상품에서 주문자제작(OEM) 펀드사건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판매사에게도 높은 수준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고위험 투자상품의 제조사와 판매사의 영업단계별 행위준칙도 마련한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익률 회복… 분쟁조정 절차 진행은

금감원은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현장검사를 마무리했다. 검사결과를 종합하는대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분쟁조정은 지난 11월 8일까지 모두 268건이 접수됐다. 은행은 264건, 증권사는 4건이다. 금감원은 손실이 확정된 대표 사례를 대상으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다음 달 중 개최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하고 배상비율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 안건에 상정하지 않은 건들은 분조위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은행이 배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배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분쟁조정 절차는 예상했던 만큼 과열된 양상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LF 수익률이 속속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탓이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미 정상 수익률을 기록한 DLF 상품이 등장했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DLF의 상당수가 2%에서 3%대 중반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연계 DLF 상품 중 지난 12일 만기분(113억원)이 처음으로 2.2%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9월에 만기가 돌아왔던 우리은행의 독일금리연계 DLF는 손실률이 98.1%로 사실상 원금 전액을 날렸던 바 있다.

우리은행 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상품(2700억원)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데, 모두 정상 수익 구간에 진입해 있다.

하나은행 영국 파운드 이자율스와프(CMS) 7년물·미국 달러 CMS 5년물 금리 연계 DLF 상품은 현재 잔액이 남아있는 2998억원어치의 DLF 가운데 약 40% 이상이 정상 수익률 구간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손실 구간에 있는 나머지 60%는 수익률이 -44%를 기록 중이다. 금리가 조금만 더 오르면 모두 정상 구간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영·미 CMS 금리 연계 DLF 상품은 원금손실 기준점(배리어)이 60%, 55%, 50%다. 만약 기준점이 60%라면 영국 파운드 CMS 7년물이나 미국 달러 CMS 5년물 금리가 가입 당시의 금리에 비해 60%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하락한 비율만큼의 손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금리가 가입 당시 금리보다 40%가 떨어진 60%가 됐다면 약정 수익을 올리지만, 59%까지 내려가면 41%의 손실이 난다.

현재 평균 수익률이 -44%임을 감안할 때 금리 차이의 비율이 4%포인트만 줄어도 상당수 펀드가 정상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가입 당시 미국 달러화 CMS 금리가 3%였다면 금리가 향후 0.12%포인트만 올라도 정상 구간에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매일경제

▶‘제재 칼끝’ 은행 경영진 향할 듯

금감원은 투자자 성향 임의 상향, 날인 누락, 무자격자 판매, 녹취 누락 등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정 중에 있다.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은행과 경영진에 대한 징계도 논의될 예정이다. 은행과 경영진에 대한 제재는 일러야 12월 중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금감원이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 경영진을 겨냥하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파일 삭제’ 논란을 일으켰던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금감원에서도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DLF 논란이 불거지기 전 내부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파일을 삭제한 것을 두고 금감원은 ‘검사 방해’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하나은행이 삭제한 문건에는 전체 판매의 22%가 불완전판매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감원 검사팀이 하나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지성규 하나은행장에 대한 대면문답을 진행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금감원의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대면문답은 당사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실관계를 하는 작업이다. 대면을 한 상태에서 문답이 진행되고, 답변은 그대로 기록에 남는다. 답변을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서면문답과 달리 대면문답은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해야 해 답변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금감원이 현장검사에서 CEO 대면문답을 하는 것은 흔치 않다. 대부분은 사실관계 확인은 서면문답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대면문답을 진행했다는 것은 금감원이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은행 내부적으로도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문건이었던 만큼, 금감원은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하나은행이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법률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파일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승진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1호 (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