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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뛰어난 지휘에 겸손까지…음악계가 얀손스 타계에 슬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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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자 얀손스 심장병으로 사망

대지휘자 카라얀과 므라빈스키에게 사사

빈·베를린필 오케스트라가 사랑한 지휘자

“대체 불가능한 보화 같은 사람 잃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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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들의 빈번한 약점인 식탐, 과음, 색욕, 물욕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는 음악 비즈니스엔 관심이 없었고, 정치에 시간을 낭비한 적도 없다. 우리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보화와 같은 사람을 잃었다.”

생전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 친분이 깊었던 유명 음악 칼럼니스트 노먼 레브레히트는 1일 자신이 운영하는 누리집에 얀손스의 사망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적었다. 이날 발트 3국 뉴스통신 BNS와 AFP통신,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은 얀손스가 전날(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자택에서 지병인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향년 76살.

그는 1943년 라트비아 리가에서 지휘자 아르비드 얀손스와 소프라노 이라이다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6년 소련 레닌그라드 음악원에 입학해 바이올린과 피아노, 지휘를 배운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에프게니 므라빈스키 등 전설적인 마에스트로들에게 지휘를 사사했다. 1971년 베를린 카라얀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한 그를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조수로 초청하려 했으나 소련 당국에서 막아, 당시엔 이런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얀손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1973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일 당시엔 이 악단을 이끌던 소련을 대표하는 지휘자 므라빈스키로부터도 지휘를 배웠다. 이런 배경에서 훈련받은 그는 러시아 작곡가인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부터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말러, 브루크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연주에서 강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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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79년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이 악단의 수준을 눈부시게 끌어올려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외국인에 수여되는 최고 훈장을 받았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맡았으며, 2004년부터 2015년까지는 네덜란드 최고 오케스트라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도 이끌었다. 세계 최고의 명지휘자들만을 초대한다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에도 2006년, 2012년, 2016년 등 세 차례나 초청받았다. 빈 악우회와 런던 왕립 음악 아카데미의 명예회원이기도 했다.

그는 지휘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심장병을 앓아왔다. 그는 1996년 오슬로에서 오페라 <라보엠> 지휘 중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일도 있었다. 쓰러졌을 당시 한 손에는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18년엔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내한 공연을 하려 했으나, 건강 이상으로 지휘자가 변경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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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 동료들은 그의 높은 음악성 뿐 아니라 깊이 있는 인격 또한 기억하며 슬퍼했다. 그가 상임지휘자를 맡았던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이날 페이스북에 명예지휘자인 얀손스의 사망소식을 알리며 “음악계는 위대한 지휘자일뿐 아니라 따뜻하고 겸손한 사람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레브레히트는 “만약 당신이 운 좋게 얀손스를 알게 된다면, 그가 이 세상 누구보다 친절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존중은 그의 좌우명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했다”며 슬퍼했다. 이어 “그보다 더 준비된 채로 리허설에 들어갔던 음악가는 없을 것이다. 그는 모든 연주자의 이름을 알았다. 리허설 쉬는 시간에 단원들이 밖으로 나가면 마리스는 남아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자를 밀리미터 단위로 이리저리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인 앨런 길버트도 “그는 음악가로서, 지휘자로서, 인간으로서 진정한 거인이었고, 나의 진정한 영웅이었다”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같은 라트비아 출신으로 얀손스의 유일한 제자이자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안드리스 넬손스는 “위대한 마리스 얀손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동료이자 스승이자 멘토였다. 그의 타계 소식은 나를 충격과 깊은 슬픔 속에 빠뜨렸다. 음악계는 기둥 하나를 잃었다. 그가 너무나 그립다”고 애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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