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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불금 아닌 ‘물금’” 제2윤창호법 이후 달라진 송년회·회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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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은 1차까지만” 귀가시간 빨라져

회식이 있는 날엔 차를 두고 오기도

회식을 점심에 하는 분위기도 생겨

헤럴드경제

[헤럴드]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장모(35)씨는 어느 날 회식 후 “2차는 술 말고 차를 마시러 가자”는 상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장 씨는 “과거 노래방을 가거나 술을 더 마시러 가는 등 심하게 술을 찾던 문화가 요즘은 차를 마시거나 심지어 연극이나 영화를 보러 가는 등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음주 단속 기준을 강화한 일명 ‘제2윤창호법’의 도입으로 꼽았다.

제2윤창호법이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뜻한다. 제1윤창호 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의 처벌을 최대 무기징역까지 높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다. 두 법 모두 지난해 9월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윤창호씨 사건과 유사한 음주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달라진 회식 문화를 실감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송년회가 몰린 12월에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일 밤 10시. 술집이 모인 서울 종로구 종각역 먹자골목은 가게에서 나와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직장인들은 “아직 버스가 있다, 버스 타자” “대리 불러, 대리”라며 자신의 차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로변 택시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이날 종각에서 회식을 한 공무원 권모(34) 씨는 “혹시나 음주 단속에 걸릴까봐 차를 안 가져 왔다”며 “다음 날 아침에도 걸리니까 공무원들은 대부분 회식 날 차를 안 가져 온다”고 말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공무원 사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공무원 김모(30) 씨는 “(윤창호)법 통과 이후에 공무원들 사이에서 음주운전 연말연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다”며 “확실히 작년 송년회 때를 떠올려 보면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이모(28)씨는 “최대한 1차 위주로 9시 전에 끝내려는 그런 기조가 생겼다”고 말했다.

회식을 술 없이 점심에 하는 문화도 생겼다. 이 씨는 “예전에는 저녁에 술 위주에 회식이었다면 요즘은 젊은 신입 사원들도 있어서 그런지 점심 때 그 돈으로 조금 더 비싸고 맛있는 거를 먹으러 가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회사원 이훈석(26)씨는 “목요일 점심 식사로 회식을 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다”며 “목요일 점심도 술보다는 다 같이 먹는 점심 식사 위주로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창호법 강화 이후에 술 먹고 운전하면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로 바뀌어서 술은 확실히 잘 안 먹거나 먹어도 대리를 반드시 부르는 분위기다”라고 덧붙였다.

택시기사와 대리기사도 달라진 변화를 실감한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오모(77) 씨는 “예전에는 새벽 1~2시가 사람이 제일 많은 피크 타임이었다면 지금은 8시 30분만 돼도 술 마신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 줄을 선다”며 “지금은 1~2시에 강남에 가도 사람이 없어 썰렁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공모(53) 씨는 “음주 운전자들이 확실히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예전에는 단속 구간 지나갈 때 적발된 차들이 두 대, 세 대 있었는데 지금은 없을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강모(29) 씨는 “요즘 이쪽에선 사람들이 늦게까지 술을 안 마신다고 해서 소위 불금이 아니라 ‘물금’이라고 표현을 많이 한다”며 “예전엔 밤 12~1시까지 일을 했다면 지금은 손님들 귀가 시간이 빨라져서 기사들 귀가 시간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제1윤창호법’이 개정된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1만714건으로 시행 전달인 11월(1만 2801건)보다 2087건 줄었다. 하지만 ‘제2윤창호법’ 개정 전달인 지난 5월 다시 1만2018건으로 늘어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 시행 후 처음 한두 달은 확실히 음주운전 적발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다”며 “현재 12월 송년회 시즌을 맞아 매일 2시간 씩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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