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이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를 요구하는 가운데 수 미 테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담당 선임연구원(사진)은 "미국에서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지지하는 기관이나 사람은 한명도 없다"면서 "그의 선택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주최한 '2019 북방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테리 선임연구원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요구와 주한미군 철수·감축 발언에 현지에서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방위비를 증액할수는 있지만 1.2배, 1.3배도 아니고 어떻게 500%를 요구할 수 있느냐"면서 "미국 정가든 재계든 학자든 지지하는 사람이 없고, 완전히 트럼프만의 착취적·강탈적 전술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에 대해서도 정책 입안과 관련된 사람 중에 지지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못박았다. 전반적인 트렌드가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이고 고립주의이지만 주한미군은 다른 문제라는 것. 다만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 트럼프는 예산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주한미군이 필요없다고 설득할 것이고, 미국 대중도 거기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 의회에서 국가방어허가법이 만들어졌다"면서 "이 법안에는 하루아침에 군사를 빼내거나 철수, 감축할 수 없다는 내용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하다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는 "드디어 괜찮다고만 하던 것을 멈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그전에는 (북한이 도발을 해도) 다 괜찮다, 내가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식이었다"면서 "이제는 입장의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밑작업을 해두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올해 연말을 비핵화협상 시한으로 제시했지만 타결은 쉽지 않고, 혹시 도발을 할 경우를 대비한 벌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가 전쟁이나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 고립주의자라는 점에서 실제 무력사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 협상에는 비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시간이 많지 않고 트럼프 역시 탄핵 이슈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딜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이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일본을 향한 중거리미사일이나 괌에 중중거리미사일을 쏜다거나 혹은 위성을 발사할 수도 있다"면서 "ICBM이나 핵 말고도 트럼프를 놀라게 할 게 많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북·미 협상 실패 후 선택하겠다고 얘기한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거창하고 놀랄 정도의 새로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2018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미 정상을 한자리에 모으는 등 외교적 역할을 했지만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근본적으로 북·미 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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