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업계에선 이번에 문제가 된 라임의 3개 펀드 투자 금액 1조3400여억원 중 최대 70% 정도(약 9400여억원)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임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한 우리은행·KEB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 국내 대형 금융사들은 라임 사태가 '제2의 DLS(파생결합증권) 사태'로 비화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다 정확한 손실 내역은 이르면 다음 달 초 라임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펀드의 환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당시 환매가 중단된 펀드 자금이 투자된 미국 헤지펀드가 '다단계 금융사기'로 미국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은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대규모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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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금융 관련 펀드 투자 말썽
라임이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 IIG는 무역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펀드다. 은행 신용장(L/C·Letter of Credit)을 열지 못해 무역 거래가 힘든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줘 수출입을 할 수 있게 돕고 이자와 수수료를 챙겨왔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 철광석 100억원어치를 구매한 대만 중견기업 A사를 대신해 IIG가 100억원을 홍콩 판매사에 대납해 주는 식이다. IIG는 A사의 공장 설비·부동산·대주주 지분·원자재 등을 담보로 잡고 A사가 철광석으로 제품을 생산해 이익을 내면 꿔준 100억원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꿔주지도 않은 돈을 빌려준 것처럼 속이고, 다시 이 돈을 받은 것처럼 실적을 부풀려 장부에 허위로 기재한 것이 미국 감독 당국에 들통 난 것이다.
라임은 IIG 같은 무역금융 펀드 총 5개에 투자를 했고, 이 가운데 2개 정도가 남미 무역과 관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남미는 베네수엘라·볼리비아 등의 정변으로 무역거래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추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는 뜻이다.
라임과 라임 상품 판매사들은 "무역금융 상품의 경우 영국 로이드 등 재보험사에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손실이 나더라도 90% 정도는 보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보험업계에선 IIG처럼 금융사기에 해당하는 사례는 재보험사들이 보장을 안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의 설명대로 원금을 보장받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함량 미달 기업에 범법 투자 혐의
라임은 환매가 어려운 메자닌과 사모사채 등에 투자했다. 메자닌 상품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을 말하고, 사모사채는 공개모집 형식을 취하지 않고 특정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회사채를 말한다.
문제는 라임이 문제 있는 기업들에 투자했다는 데 있다. 라임이 투자한 리드·바이오빌·지투하이소닉 등 7개 회사는 거래가 정지되는 등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라임이 CB를 투자한 코스닥 상장 디스플레이 제조사 리드에선 800억대 횡령과 주가 조작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종필 라임 부사장이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글로벌 은행인 HSBC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의 이 부사장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해외로 밀항한 것으로 알려졌고, 구속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라임은 이 밖에도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에 지인을 재무 임원으로 앉히고 그 임원으로 하여금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다시 라임 상품에 투자케 하는 '자전거래'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된 라임의 3개 펀드 1조3400억원 중 개인의 비중은 69%(9200억원)이고 나머지는 기관이다. 개인들은 한 계좌당 2억5000만원씩 투자했을 정도로 고액 자산가들이 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손실 확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위험 자산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투자금 손실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는 DLS와 비교해선 크지 않은 편이다.
금융 당국은 일단 실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민원이 80여 건 들어왔지만 실사가 끝나고 손실이 확정돼야 배상 등의 절차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석 기자(cogito@chosun.com);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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