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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조국과 우병우, 두 민정수석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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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법조외전(82)

대통령 신임 두터워 실세로 통했으나

일가비리 의혹 보도로 검찰수사 시작

‘직권남용’ 영장·기각까지도 닮은 꼴

민정수석 때 ‘사익’ 여부에선 엇갈려

“권한은 막강하나 근거 모호해 문제”

교수·변호사 퇴출 걸린 재판 받아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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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이라는 게 있다.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네이버 오픈사전)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비유와 풍자에 두루 쓰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법조 동네에서 호명됐다.

지난해 말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비교하는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민정수석을 지낸 두 사람에 대한 수사의 궤적과 강도가 흡사하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으로는 우병우가 선배, 서울대 법대 학번으로는 조국이 선배(82학번·우병우는 84학번)인 두 사람은 검찰이 본인과 주변을 장기간에 걸쳐 이 잡듯 뒤지고 털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심지어 처음 청구된 구속영장의 죄명이 민정수석 재직 당시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형법 제123조) 혐의이고,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는 것도 같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각별해 실세 수석 혹은 ‘왕 수석’으로 통했다는 공통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민정수석 재직 당시의 ‘사익 추구’ 여부 등에선 두 사람의 행적이 갈린다. 우병우와 달리 조국의 공소장엔 뇌물 혐의까지 적시돼 있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권력형 범죄’로 보기도 한다.

일가비리→직권남용→(+α)로 수사 확대

조국 수사는 일가 비리 의혹에서 비롯됐다. 정확히는 언론 보도가 시발점이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보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동의 요청서’에 들어 있는 배우자(정경심 교수)의 ‘예금’ 항목 중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9억5천만원 증가)가 사모펀드이고, 조국이 민정수석이 된 뒤에 가입했으며, 이 펀드와 관련된 회사가 관급 공사를 여러 개 수주했다는 내용 등이 연속 보도되면서다. 조국 딸의 입시용 ‘스펙’ 조작·부산대 장학금 부당 수령 의혹 기사가 이어졌다. 대부분 ‘검찰발’이 아니라 언론이 ‘팩트 파인딩’을 통해 찾아낸 것이다.

지난 8월27일 조국 일가 관련 일제 압수수색 직후 검찰 핵심 관계자가 한 말이다.





“펀드 얘기가 나오면서 ‘어? 이건 아닌데? 심한데?’ 이렇게 된 거다.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게다가 관급 공사 수주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니까, 이건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 최소한 자료 확보라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최순실 사건 때 검찰이 6주 동안 압수수색 안 하고 미뤘다가 혼쭐이 나지 않았나. 그 트라우마가 있다. 나중에 틀림없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 하자가 없다면, 정상적인 펀드라면, 왜 관련자 3명이 청문회를 앞두고 해외로 튀었겠나, 해명하면 되는데. 후보자 본인도 블라인드 펀드라면서 제대로 된 해명을 못 하고 있지 않나.”





우병우 수사도 시작점은 언론의 의혹 보도였다. 2016년 7월18일 한 종합일간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5년 전 1326억원에 사줬다’는 기사를 쓰면서다. 이를 근거로 감찰에 착수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한 달 뒤인 8월18일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처가 회사인 ‘정강’을 통한 세금 회피와 횡령 등 혐의로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검찰은 석 달 넘게 수사를 뭉개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우 전 수석이 경질(10월30일)되고, 그해 12월 초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할 특검이 발족한 뒤 상황이 일변했다.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우 전 수석을 ‘타깃’으로 삼았다. 구속할 ‘거리’를 찾았다. 우병우 수사가 일가 비리에서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계속 확대됐다.

조국 일가를 수사한 검찰은 부인 정경심 교수를 먼저 구속한 데다 조국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 한 ‘거리’가 나오지 않자 서울동부지검으로 눈을 돌렸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지난 2월에 고발한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캐비넷에서 꺼낸 것이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했다.

“위법한 권한 행사”…첫 영장은 둘 다 기각

조국과 우병우는 공히 민정수석 재직 당시의 권한 행사가 위법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조국의 구속영장은 수사 개시(사건 배당 기준) 125일째인 지난 12월23일 검찰이 청구했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임의로 중단시켜 민정수석의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특검이 수사한 우병우도 2017년 2월19일 같은 죄명에 직무유기 혐의를 보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자신의 일가 비리와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불법 모금 혐의를 감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해임과 특별감찰관실 해체를 주도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구속영장은 각각 기각됐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우병우 기각 사유), “현 단계에는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조국 기각 사유)

우병우에 대한 검찰 수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검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4월9일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두 번째 영장도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4월17일)하고 수사를 끝마치는 듯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검찰은 그 뒤에도 집요하게 수사를 이어가다 같은 해 12월15일 마침내 우병우를 구속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되면서다. 특검 수사 개시 시점부터 따지면 1년이 넘고, 특검에 처음 피의자로 소환된 2017년 2월18일을 기준으로 삼아도 300일 만의 일이다.

이 300일이라는 기간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인디언 기우제’(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뜻)라고 비웃은 조국 수사와는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진영과 호불호를 떠나 우병우 구속만 한 장기간 표적 수사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조국 수사는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아직 알 수 없다. 조 전 장관은 일단 일가 비리 혐의로 지난해 말일 기소가 된 만큼 법원의 재판을 받으며 검찰 수사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동부지검은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계속하고 있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진행하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도 조국은 피의자로 이름이 올라 있다.

두 사람의 영장 청구에는 윤석열 현 검찰총장이 공히 관여한 ‘기연’이 있다. 우 전 수석의 영장 청구 당시 윤 총장은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다. 이번에 조국 수사를 결정한 것도, 영장 청구를 결재한 것도 윤 총장이다.

일가비리… 불기소(우병우) vs 기소(조국)

공통점을 살폈으니, 차이점을 볼 차례다. 우병우에 대한 수사는 그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뒤 본격화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그의 ‘추락’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당시 그는 이른바 ‘죽은 권력’이었다.

반면, 조국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이었다. 윤석열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각별한 당부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 말이 머지않아 ‘실화’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병우는 일가 비리와는 무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애초 그를 수사 선상에 올려놨던 넥슨 땅 거래 의혹 등은 ‘수사→무혐의→재기수사 명령→무혐의’로 지난해 9월 최종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우 전 수석 입장에선 ‘별건 수사’로 구속과 기소가 이뤄진 셈이다. 수사 과정에서 민정수석 재직 당시 사익을 추구하거나 취한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수사 초기, 즉 2016년 8월 이석수 특감의 수사의뢰 직후부터 석달 이상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노골적인 ‘봐주기’로 일관한 만큼 관련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조국은 일가 비리와 관련해 기소됐다. 그에게 적용된 11가지 혐의엔 민정수석 재직 당시의 일이 태반이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딸이 같은 대학 노환중 교수에게서 장학금 명목의 금품 6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김영란법 위반), 아들의 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위해 최강욱 변호사(현 공직기강비서관)에게서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받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사모 펀드에 투자하고도 이를 계속 보유하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모 펀드 의혹이 확산하자 펀드 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라고 시킨 혐의(증거위조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재판에서 최종 판가름이 나겠지만, 조 전 장관이 받는 혐의의 대부분은 ‘사익 추구’다. 그것도 민정수석이라는 요직에 있을 때 벌인 일이 대부분이다.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의 최종 책임을 맡은 사람이 바로 그 검증 항목에 해당하는 문제들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 수사의 결론이다. 자신은 법에 금지된 주식 백지신탁을 무시한 채 투자를 계속했고, 액수가 크진 않지만 뇌물 혐의까지 들어가 있다. 그 자체로 사안이 중대하다. 이것을 권력형 범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위 공직자로 천거됐다가 민정수석실의 검증 과정에서 조국과 같은 문제가 일부 드러나서 탈락한 사람도 있지 않았겠나.”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청와대의 주장처럼 ‘태산명동 서일필’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침 서울중앙지법은 3일 조 전 장관 사건을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1부에 배당했다.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과 분리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의 공소장을 읽어 본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민정수석으로서는 말할 것도 없고, 법학자 또는 지식인으로서도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막강한 권한·모호한 근거’가 문제의 근원



조국의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직권남용)에 대해 검찰은 최소한 기소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을 한 차례 더 청구하느냐, 불구속 기소하느냐는 선택만 남은 셈이다. 검찰이 먼지떨이 수사를 했다고는 하나, 앞뒤 민정수석이 예외 없이 직권남용으로 기소됐거나 기소를 앞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 정권이 바뀌어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다수 법조인은 “민정수석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한 반면, 법령상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라고 진단한다. 대부분 주요 공직은 정부조직법 등에 직무 권한과 한계가 정해져 있다.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면 안 되는 일의 범주가 분명하다. 반면 대통령 비서실 소속인 민정수석 비서관은 국가 사정 관련 정책·조정, 고위 공직자 비리 상시 사정·예방, 공직 비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 무려 16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법령상 어디에도 근거 규정이 없다. 그러니 ‘불문법 청와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 비서실의 업무에 관해 그 절차나 요건을 정한 어떠한 법령도 없었습니다. 단지,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정부조직법의 규정이 있을 뿐이므로, 청와대 비서진은 대통령의 권한 범위 내라면 그 범위 안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 전 수석, 2017년 6월16일 첫 재판 모두 진술)





모호한 규정은 ‘방어’의 논리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수사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문제 삼을 소지가 된다. 이런 사정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민정수석의 권한을 줄이고, 법령상 근거를 명확하게 할 필요”(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조국 사례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부산대병원장 후보(노환중 교수)까지 민정수석실이 검증해야만 하는 것일까.

‘금고 이상은 교수 퇴출’ 위기의 조국 부부

조국 부부는 ‘일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조 전 장관은 앞서 구속된 정 교수와 달리 뇌물 혐의가 들어간 데다 직권남용 혐의까지 추가 기소될 전망이다. 이들 부부는 향후 재판에서 각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교수직을 잃게 된다. 두 사람의 소속 학교인 서울대와 동양대가 자체 직위해제나 징계를 하는 것과 별개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교수가 될 수 없도록 한 법 조항 때문이다.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와 사립대인 동양대는 교수 등 교직원의 자격·임면·징계 등과 관련해 사립학교법에 따르게 돼 있는데, ‘당연퇴직’을 규정한 이 법 제57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교수로 임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 4,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원용)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소속 대학의 징계 여부와 상관 없이, 향후 재판에서 부부가 각각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교수직에서 당연 퇴출당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그도 변호사법(제5조)의 결격 사유가 조국 부부와 똑같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변호사 자격이 5년간 정지된다. 진실과 명예뿐 아니라 직업과 생계가 걸린 재판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도 우병우와 조국은 겹쳐 보인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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