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사례 진술서 속속 드러나
‘제2 DLF 사태’ 가능성도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화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은행에 방문한 70대 A씨는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 1억원을 빼내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했다. “원금 손실이 전혀 없고 최소한 예금 이자는 나오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직원의 권유를 믿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A씨가 투자한 이 상품은 작년 하반기에 환매가 중단돼 수개월째 돈이 묶인 상태다. A씨는 “금융 지식이 없어 펀드 투자는 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법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진술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운용사는 물론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도 불완전 판매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화는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상품 투자자들로부터 이런 정황이 담긴 피해 진술서를 받고 있다. 광화는 오는 25일까지 피해 진술서를 받아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진술서에는 판매사들이 라임의 사모펀드 상품을 ‘안전하다’고만 강조하고, 구체적인 상품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6개월 만기 펀드에 가입한 B(49)씨는 “은행에서 펀드를 추천하면서 계약서나 설명서를 주지 않아 펀드 이름조차 몰랐다”며 “작년 10월 환매가 연기된 뒤에야 내가 투자한 상품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투자하는 펀드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중에서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투자한 펀드가 없다는 점이다. 테티스2호 펀드는 대부분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 등을 사들였고, 플루토FI D-1호 펀드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처럼 판매사들까지 불완전판매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원금을 100% 손실 볼 수도 있는 DLF를 마치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인 것처럼 설명하고 판매한 우리ㆍ하나은행 등에 대해 역대 최고 배상 비율(80%)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라임의 펀드를 판매한 은행 및 증권사의 잔액은 총 4조4,500억원에 이른다. 판매사별 잔액은 대신증권(9,800억원), 우리은행(8,808억원), 신한은행(4,926억원), 신한금융투자(4,295억원), 키움증권(3,942억원), 한국투자증권(3,720억원), KB증권(3,720억원), 교보증권(3,232억원), 하나은행(1,803억원) 순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