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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미국·이란 軍 갈등 최고조’에 해리스 대사 “韓호르무즈 파병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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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국이 3일 이란군 최고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스드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후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긴장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위 사진)가 미국과 이란이 대립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했다. 앞서도 아덴만 해역에 임무 교대를 위해 파견되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에 대한 확대 형식 등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해왔던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KBS와 인터뷰를 이같이 밝히며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라며 ”저는 한국이 그곳(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7월 호르무즈해협에서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미국줃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동맹들에게 ‘호르무즈해협 공동 방위’를 위한 파병을 요청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시에 이란과 갈등 불가피, 정부 “여러 가능성 열어 두고 파병 검토 중”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각국 주요 원유 수송로로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로 이란군이 통제해 왔다.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와 가까운 오만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노르웨이 등의 유조선 총 4척이 기뢰 공격을 받은 적 있으며, 미국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으나 이란이 부부인하는 등 미국과 이란 간 주요 대치 지역으로 꼽혀왔다.

현재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작전을 펼치는 중인데, 6개월 단위 임무 교대 일정상 다음 달 4400t급의 왕건함과 교체될 예정이다. 이에 정부는 임무 교대를 위해 다음 달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하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파병을 결정할 경우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자이툰 부대 파병 이후 미국 요청 때문에 파병을 하게 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가능성이커지며 ‘세계3차 대전 발발 가능성’ 등이 언급되는 등 중동 정세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군 파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각 부처 간에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병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지난 5일 한겨레신문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악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다만 파병과 관련해 이야기가 더 진전된 것은 없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병해 달라’ 해리스 대사 요청에 ‘이란 파병 딜레마’ 빠진 정부 갈등 더욱 깊어 질 듯

이에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공영방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하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비산유국인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안정적인 원유 수급은 물론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달 기준 이라크와 이란 체류 재외한국인은 각각 1600여명과 290여명이며 미국의 우방인 레바논과 이스라엘에도 각각 150여명과 700여명이 체류 중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 대다수는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로, 경호 및 안전대책을 구비해 예외적인 여권사용허가를 받았다. 중동과의 관계 악화가 현지 체류 중인 한국 국민의 안전에 대한 염려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전문가 등이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는 이유’로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꼽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중에서 한국이 부담하는 비중을 결정하는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SMA)에서 과도한 인상액을 요구한 미국의 주장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파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해리스 대사는 이와 관련해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협상에 대해서는 양측이 입장을 좁혀 새로운 숫자에 접근하는 등 막판에 들어섰다”라며 “우리의 입장을 절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음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해운 당국은 7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등 중동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주의를 당부하는 경보를 발령했다. 이 같은 조치는 같은 날 이란이 미군 주둔 기지에 대한 지대지 미사일 공습을 감행하는 등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충돌이 최고조에 달하며 미국 해운 당국이 이란의 ‘해상도발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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