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전세계 발주 물량의 37.3%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산업부는 지난 6일 오후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을 직접 인용한 긴급 보도자료에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 글로벌 발주가 부진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VLCC 등 주력 분야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조선업계가 친환경·스마트화라는 조선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율운항선박, 친환경 선박, 스마트 한국형 야드 등 경쟁력 확보를 계속 지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때아닌 조선업 자화자찬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과 이란간 전쟁위기는 연일 유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70%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걱정이지만 역으로 석유 대신 가스 수요가 증가할 경우 한국의 강점인 고부가가치 LNG선 발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기회복은 커녕 새해 벽두부터 중동발 악재가 터지면서 수출강국인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동발 악재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줄고 원유와 가스수송이 원할하지 않을 경우 해운업마저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40% 가량이나 줄었다. 통상 발주량을 비교하는 2011~2015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업체 모두 지난해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심지어 대우조선은 “조선업 불황으로 4년만에 희망퇴직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가 인용한 영국 클락슨 보고서는 매달 전세계적으로 공개 발표하는 자료다. 이미 클락슨은 몇년전 부터 러시아, 카타르, 모잠비크 등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올해안에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반짝’ 조선업 호황을 누렸는지 모르지만 업황이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정부가 국내 경기침체 우려를 감추기 위해 고용 증가로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등 최근 조선업을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수출 경기가 악화되자 조선·해운으로 생색을 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전망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지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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