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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바꾸는 원리 발견…국내 연구진, 세계 첫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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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연구진이 대장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고통스러운 부작용이 불가피한 기존 항암 화학요법을 대신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될지 주목된다.

카이스트(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사진)팀은 몸 속 유전자 조절 과정을 분석해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바꿀 수 있는 원리를 찾았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암 연구’ 최신호에 실렸다.

현재 병원에선 암 환자를 치료할 때 약물을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는 ‘항암 화학요법’을 널리 쓴다. 분열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암 세포를 공격해 죽이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도 피해를 보면서 구토와 설사, 탈모 같은 부작용이 일어난다. 게다가 암세포는 항암제에 내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더 많은 정상 세포를 죽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암 세포를 죽이는 게 아니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방법을 발견했다. 20세기 초부터 세계 과학계에선 암 세포가 정상 세포로 돌아오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관찰됐지만 원인은 오리무중이었는데 이번에 그 비밀이 밝혀진 것이다.

비밀의 핵심은 유전자를 조절하는 몸 속 단백질인 ‘SETDB1’이었다. 연구진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세포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융합연구를 진행해 확인한 이 물질의 기능은 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려는 우리 몸의 작용을 막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국내 대장암 환자에게서 떼어낸 조직을 배양해 SETDB1의 활동을 억제했더니 암 세포가 정상 세포로 바뀌는 모습을 확인했다. 독한 화학요법이 주는 부작용을 겪지 않고도 암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조 교수는 “대장암 외 다른 암에서도 이번에 발견한 단백질이 비슷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처럼 암도 적절히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이번 연구가 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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