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생/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 1987년 한일은행 입행/ 2010년 우리금융지주 상무/ 2014년 우리은행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2015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 그룹장/ 2017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연임, 현) |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61)을 단독 추천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 타이틀에 이어 연임 이력을 한 줄 더 보탤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지주 임추위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1조6657억원으로 경상 기준 역대 최대 실적 달성, 지주사 체제 정착과 비은행부문 확충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최적의 후보로 판단,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1959년생 손 회장은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를 졸업했다. 이후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행원 시절 지주 설립, 글로벌사업부문에서 두각을 보였다. 전 우리금융지주 시절 상무로 지주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는가 하면 2015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 그룹장, 2017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으로 승진하면서 해외 사업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런 전문성을 인정한 당시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손 회장을 우리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손 회장이 행장으로 취임하기 전 우리은행은 사실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우량 자회사를 팔며 사세가 위축됐고 인사 비리 등으로 혼란스러웠다. 손 회장은 행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조직을 장악했다. 동시에 금융그룹 위상을 다지겠다며 지주사 전환,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하나하나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결과는 좋았다. 지난해 2월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자회사 부재도 하나둘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특히 조직 장악을 통한 안정화가 눈길을 끈다.
사실 우리은행 수많은 갈등의 연원은 한일, 상업 출신으로 나뉜 계파에 있다. 손 회장은 한일, 상업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객관적인 수치와 능력 위주로 인사를 진행했다. 또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그룹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해 시스템을 개편했다. CIB총괄(산하 CIB기획부 신설)을 둬 은행과 종금 간 기존 CIB부문 협업 체계를 구축하게 했는가 하면 WM총괄(산하 WM기획부 신설)은 그룹 자산관리 부문의 역량을 집중하도록 조직을 구축했다.
▶금감원 DLF 사건서 손 회장 제재 심의 중
지주 전환 후에는 IT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가 은행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겸임하도록 직제를 개편했다. 또 은행 IT 그룹 산하에 IT기획단을 신설, IT기획단장이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은행 서비스 그룹장을 겸임하도록 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만들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와 자회사 간 상호 인력 파견으로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서비스 안정성을 향상시켜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은행 중심 사업 모델도 M&A를 통해 보완했다.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가 대표적이다.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 3개월 만에 중국 안방보험과 협상에 들어가 동양자산운용 인수를 확정, 지난해 8월 초 금융당국 승인 끝에 우리자산운용이란 이름의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ABL글로벌도 지난해 12월 그룹사에 편입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부동산 신탁 부문에서는 지난해 말 국제자산신탁을 인수, 우리자산신탁으로 바꿔 새해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뜨겁게 인수 경쟁을 벌였던 롯데카드 인수전에서도 손 회장의 기지가 빛났다. 애초 우리금융지주는 자본 확충 여력이 적어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금융지주법상 위험가중자산 평가에 표준등급법이 적용돼 조 단위 인수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었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우리은행으로 MBK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를 1조3810억원에 사들이며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글로벌 확장 전략도 빛을 발했다. 2018년 기준 우리은행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당기순이익)만 약 2000억원이 넘는다. 2017년(1614억원)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인도네시아법인은 물론 홍콩지점과 중국법인이 성장세에 일조했다. 캄보디아로도 금융 영토를 확장했다. 우리은행은 현지 금융사 ‘비전펀드캄보디아’를 인수, 사명을 ‘WB파이낸스’로 바꾸며 또 다른 수익 기반을 닦았다. 새해 1월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26개국 474개에 달한다.
미래 대비에도 공을 들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략기획단 산하에 미래금융부를 신설, 혁신금융의 추진 전략과 운영 방향을 수립하고 혁신금융 지원에 나섰다. 이런 전략하에 지난해 ‘우리혁신성장펀드’를 출범시켰고 새해 2호, 2021년에 3호 펀드를 조성하면서 각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위 펀드의 선정과 모집을 통해 매년 1조원씩 총 3조원 규모의 펀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불거지면서 우리은행은 위기를 맞았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도 겸임하고 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손태승 회장에 대한 해외 금리 연계 DLF 사태 관련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13일 상장한 우리금융지주는 이후 연말 기준 주가가 24.1% 하락했다. 다른 금융그룹은 시총 20조원에 도전하고 있을 때 우리금융지주는 시총 8조원대를 기록, 우울한 연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금융지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법적 제재 여부를 감안하더라도 선임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금감원 입장은 분명 온도차가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범금융권 신년인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제재 심의 결과를 보고 말하겠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제재와 연임은 별개의 문제라는 풀이다.
지난해부터 우리금융 차원에서 준비해온 내부등급법 적용 승인 여부도 관건이다.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면 주력 계열사 우리은행의 자산 기준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게 돼 그만큼 자금 조달 비용은 줄어들고 자본 확충 여력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새해 3월에 금융당국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나는데 확실히 통과돼야 최근 2조원대 인수전으로 확전된 푸르덴셜생명 입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임추위에서 손 회장이 연임된 것 관련, 겸직하고 있는 우리은행장은 새로 선임해야 한다고 한 부분도 변수다. 이에 따라 새로 선임된 우리은행장과 손 회장이 동고동락을 잘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역대 우리금융지주 시절 회장과 행장 간 갈등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우리금융지주가 사실상 부정적인 이슈는 다 노출된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8년 약 50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 슬림화를 꾸준히 추진해왔고 디지털 전환, 내부등급법 승인 임박, 캐피털·비은행 계열사 M&A 기대감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본립도생(本立道生), 경사이신(敬事而信). 손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화두다.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매사에 정성과 믿음을 다하자는 뜻으로 그는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의 큰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지켜볼 일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42호 (2020.1.15~2020.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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