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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외이사 대란 87%가 中企… 삼성SDI·셀트리온 다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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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국내 굴지 대기업 A사의 IR(투자자 관리)팀은 15일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인 대학교수가 사외이사 6년 임기 제한에 걸려 올 3월 주주총회에서 교체돼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2월 중순 이사회 결의를 하기 전에 후보군(群) 검증을 끝내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 A사 직원은 "지난 연말만 해도 6년 임기 제한이 1년 유예되는 분위기여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를 통과했다는 뉴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사외이사 전원을 강제 물갈이해야 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셀트리온, 삼성SDI, 삼성SDS, 안랩 등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더 다급한 상황이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파크시스템스, 조아제약 등은 올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3명을 신규 선임해야 한다.

◇3월 사외이사 대란… 87%가 중소·중견기업

법무부가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강행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은 '사외이사 대란'에 빠졌다. 566개 상장사가 3월 주총에서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이 중 87%가 중소·중견기업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와 함께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고, 5개월 후 이를 반영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해 기업 경영진과의 유착을 막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장기간 재직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타당한 근거가 없고, 민간기업의 경영 활동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상장사협의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상장사 사외이사는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개정안은 기업과 사업을 이해하고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법무부를 직접 방문해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 '법률'로 제한해야 함에도 '상법 시행령'에서 이를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위헌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반발을 감안해 지난 연말 법무부 안팎에선 '1년 유예설'이 나왔다. 하지만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강행'으로 분위기가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정 경제 성과를 조기 창출하려는 여당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민주당 현직 의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강행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당정 협의에 관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큰 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일자리 특수가 생길 것"이라며 "여당에서는 4월 총선 등과 관련, 자기편 인사들에게 자리를 챙겨주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세금 체납 공개 등은 인권침해"

상법 시행령 개정안의 '이사·감사 후보자에 대한 정보 제공 강화'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를 열 경우, 후보자가 '최근 5년 이내에 체납 처분을 받은 사실 여부' '최근 5년 이내에 후보자가 임원으로 재직한 기업이 파산·회생절차를 진행한 사실 여부' '법령상 취업 제한 사유 등 이사·감사 결격 사유의 유무' 등을 주총 소집통지·공고사항에 포함하도록 했다.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될 것 같은 이런 규정이 상장사 이사·감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된다"는 반발이 재계에서 나온다. 세금 체납 등은 개인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개인 정보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주주에게 제공 정보를 확대하는 방향은 옳다고 해도 모든 기업의 임원에게 공직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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