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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세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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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독서]

한겨레

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지음/생각의힘·1만7000원



세대는 사회 분석의 오랜 화두다. 언론은 그럴싸한 수식어를 끌어다 대며 특정 세대를 정의하려 든다. 불평등 역시 꽤 익숙한 주제다. 소득·자산·젠더·환경·건강·시간 등 불평등은 여러가지 얼굴로 우리 곁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문제는 세대와 불평등, 두 열쇳말을 하나의 실로 꿰었을 때 흔히 발생한다. 세대가 불평등을 낳는 주된 동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세대 갈등을 부각해 외려 불평등의 본질을 흐린다는 주장도 맞선다. 지난해 가을 터진 ‘조국 사태’는 기득권이라는 괴물을 세대와 불평등으로 정확히 ‘인수 분해’하는, 어려운 과제를 한국 사회에 던져줬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방향 잃은 ‘담론’의 바다를 튼실한 ‘실증’의 뗏목으로 헤쳐가야 할 시기에 맞춤한 귀한 나침반이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서 유독 20대가 중산층 자녀의 분노와 다수의 냉소로 갈린 현상에 주목한 지은이는 ‘세습 중산층’에서 비밀을 풀 실마리를 찾는다.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본질은 부모 세대인 50대의 중산층이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바탕으로 그들의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력과 노동시장 지위를 물려주는 데 있다는 얘기다. 지은이가 보기에, 귀에 못 박히도록 등장하는 586이라는 기호는 단순히 세대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세습 중산층의 첫 세대를 가리키는 계급적 지위를 뜻한다. 586 담론과 20대 담론, 세대 담론과 불평등 담론이 만나는 지점이다.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세습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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