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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4주만에 다리를 ‘일자’로? ‘삽질’할 땐 워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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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책기자의 책거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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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기가 겁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즐거운 일이 없었습니다. 모래알처럼 속절없이 흩어지는 시간을 붙잡고 싶던 어느날, 책 한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 요가 강사 에이코가 지은 <아무리 뻣뻣한 몸이라도 4주 만에 다리 일자 벌리기>(2017). 총 6가지 동작만 매일 하면 한달 만에 다리를 ‘찢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요통 완화, 체지방 감소 같은 효과보다도 이 문장이 저를 유혹했습니다. ‘다리 일자 벌리기도 못하면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다리가 벌려지는 각도를 잴 수 있는 종이까지 부록으로 딸려 있는 이 책을 구입하곤, 밤마다 다리를 벌렸습니다. 2주 정도 계속하다 내린 결론은 절대 한달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도 포기했지만 제 인생 최초의 ‘워크북’이었습니다.

워크북이 생소한 한국 출판시장에서 최근 몇년간 베스트셀러로 우뚝 선 것은 2015년에 출간된 다이어리 워크북 <5년 후 나에게 Q&A a Day>(포터 스타일 지음)였습니다. 미래의 나를 상정하고 365개의 질문에 답하며 1년 동안 일기를 쓰는 내용입니다. 토네이도 출판사 쪽은 “막연하게 일기 쓰기는 힘들지만 구체적인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성장과 변화를 즉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분석합니다. 새해를 맞아 결심과 다짐을 실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여러권 나왔습니다. 한때 다리 찢기로 음울한 시간을 찢어보려고 했던 저는 <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엘릭스 코브·심심)을 추천합니다. 뉴런의 비료라고 할 수 있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를 분비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이 실려 있습니다. 아, 물론, 100% 성공은 어렵지만 그래도 모든 ‘삽질’은 의미가 있지 않나요? 비록 ‘다리 일자’엔 실패했더라도 스트레칭의 시원한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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