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일선 검사들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반발… 고심하는 대검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견 제출 요구에 16일 대부분의 지방검찰청이 ‘과도한 개혁안’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검찰의 직제개편안을 만든 이성윤 지검장이 취임한 서울중앙지검 일선 부장검사들도 직제 개편에 반대 의견을 대검찰청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함에 따른 수사 공백 우려도 나온다. 의견을 수집해 법무부에 제출해야 하는 대검찰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선 검사들 격앙 반응…檢, 기존 수사 속도

법무부는 직접수사부서 41곳 중 13곳을 없애는 검찰의 직제개편안을 내놓고 이틀 전 이에 대한 검찰의 생각을 물었다. 폐지 부서로는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2곳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의정부·울산·창원의 공공수사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부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 △서울중앙지검 총무부 등을 꼽았다. 법무부는 특수팀 사전승인안에 대한 검찰의 의견도 함께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사들은 수사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증권범죄합수단에서 여권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는 신라젠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며 “전문적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를 없애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직제개편안에는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 전담범죄 수사부를 폐지하거나 다른 부서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도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공판부로 전환된다.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특수팀 사전승인안에 대한 불만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앞서 비직제 수사조직을 설치할 경우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단을 꾸려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직접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선제로 차단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법무부령에는 검찰총장이 장관 승인이나 보고 없이 특정 업무 수행을 위해 검사들을 직무대리로 발령내 수사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위법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직제 개편과 중간간부급 인사가 임박하자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 기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보통신담당관실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경찰청 내부 전산 서버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이첩과 이후 울산경찰청 수사에 관여한 경찰들의 내부 메신저 송수신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황 전 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황 전 청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아 출석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1대 총선 입후보예정자로서 제가 조정하기 어려운 일정들이 있다”며 “하명수사 논란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당당하게 출석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대검 고심 분위기 역력…법무부 ‘직접수사 축소’ 의지 확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일선 검사들이 검찰의 현 정권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여권 차원의 의도가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깔렸다고 보고 반발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는 각각 조국 일가 비위 의혹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조직을 축소하면 수사 차질은 불가피하다. 직계개편안 통과 시 현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윤 총장 측근들이 대거 좌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대 원인으로 보인다. 검찰 인사 규정은 검사의 최소 보직기간을 1년으로 뒀지만 조직이 개편되면 예외적으로 전보가 가능하다.

각 검찰청의 의견을 취합해 법무부에 전달해야 하는 대검찰청은 고심한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내부의 동참’을 부탁했고 윤 총장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대검은 무조건 반대가 아닌 ‘꼭 필요한 부서는 남겨야 한다’는 선에서 최종안을 정리해 법무부에 전달했다. 대검 관계자는 지방 검찰청의 의견에 대해 “일선 검찰청의 의견일 뿐 대검의 공식입장은 아니다”라며 혹시 모를 논란을 경계하고 있다.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과천청사 구내식당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2019년 우수 검사들과 점심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 제공.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이뤄졌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2019년 우수검사’들과 함께 한 점심 자리에서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국민 인권 및 실생활에 직접 관련된 민생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에 보다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추 장관은 변호인 참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안이 1월 중 시행 예정으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변호인 변론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검사들은 이날 수사환경의 변화, 형사·공판부의 과도한 업무부담, 검찰개혁 등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아울러 직제개편안 통과 이후로 예상되는 중간간부급 인사를 위한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6시까지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인권조사과장, 대검 감찰과장 등 부장검사급 15자리에 대한 내부공모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후속조치를 총괄할 차장급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검경 협력관계를 규정하는 대통령령 제정과 국가수사본부 도입 등 관련 과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필재·이도형·김청윤 기자 rus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