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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책꽂이-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공원이 모두를 위한 공간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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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 지음, 정은문고 펴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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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개화사상가 유길준은 ‘서유견문’에서 공원에 대해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간에(중략) 정신이 피곤하고 기력이 나태해졌을 때에 공원에 들어가 한가한 걸음걸이로 소요하고 꽃향기를 맡으며 수목이 우거진 그늘 밑에서 청명한 공기를 호흡하고 아름답고 고운 경치를 감상하면 가슴이 맑아지고 심신이 상쾌하여 고달픈 모습이 스스로 사라질 것’ 이라고 서술했다. 공원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궁궐과 함께 조성된 왕의 정원은 후원(後苑), 북원(北苑), 금원(禁苑) 등으로 쓰였고, 사냥터를 포함한 개념이었다. 공원이라는 단어는 조선시대 말 개화기 유학파들의 견문록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공원은 어디였을까? 바로 1888년 조성된 ‘각국공원’이다. 현재 차이나타운이 들어선 인천시 중구 남부교육지원청 인근에 있던 ‘각국공원’은 일본, 청나라의 조계지 사이에 조성된 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었다. 이후 각국공원은 일부 확장됐다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인천과 부천으로 분리되면서 서공원, 산수공원, 외국공원, 자유공원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공원 내 외국인 별장과 사택이 들어서면서 사유지화돼 일반인의 이용이 제약되기도 했다.

신간 ‘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은 우리의 공원 역사와 의미를 되돌아보는 책이다. 오늘날 공원은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며 삶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공원은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오랜 전부터 함께해온 장소 같지만 실상은 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서구에는 정원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녹지가 있었지만 대부분 사적 영역으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공원은 근대와 함께 유입됐다. ‘각국공원’을 시작으로 1897년 남산 기슭에 조성된 ‘왜성대공원’, 민중의 성금으로 만든 ‘독립공원’ 등이 조성됐다. 하지만 실제 대중이 마음껏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시기는 1907년 최초의 도심 공원인 탑골공원(파고다공원)이 조성되면서다. 화려한 나무와 휴게시설로 꾸며진 탑골골원은 경성 시민이 꼭 들러야 할 체험공간 중 하나로 떠올랐다.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는 데이트 장소였으며, 룸펜과 노인이 머무는 소외의 공간이기도 했다고 책은 설명한다.

조경 전문가이자 경기도 문화재위원인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공원 130년 역사를 들여다보고,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국공원의 현주소를 되짚었다. ‘근대공원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되살리는 다양한 기법과 방법 그리고, 이해 집단의 다양한 논쟁이 필요한 시점은 지금이다.’ 2만2,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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