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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 남북협력사업 가속페달, 대북제재 공조 균열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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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관광·비자방북 허용 검토 / 美대사, 제재 거론하며 우회 경고 / 한반도정세·국익 따져 추진해야

세계일보

정부가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을 적극 검토한다고 의견을 밝힌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평화관광협의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공언한 독자적 남북협력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어제 “우리 국민의 북한 방문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남북한 간의 민간교류 기회가 확대돼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금강산 관광이나 개별방문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 개별관광과 함께 제3국을 통한 ‘비자 방북’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관광이 전면 자유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방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뒤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제부터 남북 간 협력사업에 대해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 개별관광에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관광객 안전을 보장할 장치가 마땅치 않은 데다 대북제재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북한 여행을 한 한국인이나 관련 기업이 미국의 입국·거래 제한 등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그제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했다. 정부가 남북협력에 속도를 높이는 데 대한 우회적 경고다.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론은 고무적이고 희망을 만들고 있지만,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사가 주재국 정상의 정책구상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설훈 의원은 “조선총독인가” “내정간섭 같은 발언”이라고 쏘아붙였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팽배해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다지만 설득 작업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 앞서 청와대는 작년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때 “미국이 이해했다”고 했다가 미국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지 않았는가. 가뜩이나 국제사회에서는 비핵화 협상을 외면하는 북한에 고강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북한 반응도 시큰둥하다. 북한은 지난 12월 말 금강산 남측 시설물을 2월까지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대남 통지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판에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이는 남북협력사업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대북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정세와 국익을 감안해 주도면밀한 이행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 소통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섣불리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다가 한·미관계와 국제사회 대북제재 공조를 흔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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