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 영상 2도. 아침엔 맑았던 하늘이 정오쯤 흐려지더니 눈 예보가 들어맞으려는 듯 습기가 가득차 으슬으슬했다. 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부딪히지 마시고 지그재그로 뜁니다.”
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뜁니다.” 낮 최고기온이 2도였던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대표가 슈팅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배동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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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대표와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의 구령에 맞춰 열 다섯명의 여성이 경기장을 돌고 있다. “준비! 고(go)!”에 맞춰 뒤꿈치를 들고 스텝을 뛰던 이들이 “3명!”이라는 외침에 옆사람과 짝을 이룬다. 3명을 맞추지 못한 사람은 팔 벌려 뛰기 10회. 뛰면서 몸이 풀리자 허리와 다리 스트레칭을 한다. 그 때 운동 시작 시간에 조금 늦은 두 명이 경기장으로 들어 오며 패팅을 벗고 뛸 준비를 한다. “언니, 왔어?”
스트레칭이 끝나고 본격적인 스텝과 드리블 훈련. 뒤꿈치가 닿지 않게 빠른 스텝으로 그물을 한 칸, 한 칸 전진한다. 무릎은 바짝 올려 뛴다. 한 회원이 스텝이 꼬여 멋쩍게 웃자,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던 다른 회원들이 “괜찮아! 괜찮아!”라고 응원을 해준다. 이번엔 콘(고깔)을 이용한 스텝 연습이다. 최대한 잔걸음으로 빠르게 나아가 콘 주변을 한 바퀴 돈다. 다음은 콘 앞까지 뛰어갔다가 빠르게 스텝 방향을 전환해 ‘팡’하고 튕기듯이 뒷걸음질로 돌아온다.
언니들의 풋살 수업은 잔걸음 스텝으로 그물의 한 칸, 한 칸 발을 이동시키는 스텝 훈련으로 시작됐다. 배동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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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텝 훈련은 콘(고깔) 밖으로 원을 그리며 방향을 빠르게 전환해 전진하는 것이다. 배동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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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훈련을 응용해 중앙선을 마주하고 공격과 수비가 대결한다. 공격은 스텝 방향을 급전환해 자신의 등을 치려는 수비를 속이고 흰색 선 끝으로 빠져나가면 승리한다. 배동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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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몸에서 열이 난다. 물을 한모금씩 나눠 마신 회원들이 반으로 나눠 오른쪽은 공격, 왼쪽은 수비로 선다. 반대쪽 양 끝에서 중앙선으로 달려와 마주본 뒤, 공격 포지션은 수비가 자신의 등에 손을 대지 못하게 몸을 요리조리 피해서 경기장 끝으로 도망가면 승리한다. 방향을 급전환해 수비를 속일 수 있는 것은 3번까지만 허용된다. 지금까지 배운 잔걸음 스텝과 방향 전환을 응용한 시합이다. 호각 소리에 한 팀의 경기가 시작. 등을 치려는 수비를 급작스런 방향 전환으로 따돌리고 도망친다. “그렇지! 나이스!”
드디어 공을 찬다. 초보는 축구공, 숙련자는 풋살공을 쥔다. 축구장 보다 작은 풋살장에서 사용하는 풋살공은 축구공보다 작고 무거워 다루기가 더 어렵다. “최대한 공을 끌어야 합니다. 배 밑에 두고요. (거리를) 많이 가려고 공을 차면 놓쳐요.” 계속된 드리블로 ‘종아리가 터질 것 같다’고 느낄 때쯤 앞꿈치를 올려 스트레칭. “풋살은 공을 발바닥으로 많이 차기도 하지만, 공을 찰 때 가장 편한 것은 발등이에요. 아웃사이드 모양으로 공이 발등에 많이 맞게 (찹니다). (발)등쪽으로 툭 차는 것이 아니라 미는 거에요. 콘까지 갔다가 인사이드로 잡아서 다시 돌아옵니다. 고개를 들고 앞을 봅니다! 땅보면 한 평 축구, 한 평 풋살밖에 안 됩니다. 출발!”
초보는 축구공(흰색 공), 숙련자는 풋살공(노란색 공)을 쥔다. 축구장보다 작은 풋살장에서 사용하는 풋살공은 축구공보다 작고 무거워서 더 다루기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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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골대 앞에서는 골키퍼(GK) 지원자 두 명이 기본자세를 배우고 있다. “공을 땅에 튀겨보세요. 공을 내 손에 얼만큼 넣어야 하는지 (느낌을) 알아야 해요. 손가락으로 튀기지 말고! 손 안에 넣어요.”
“땅볼 잡을 때도 이 자세에서 손만 앞으로 내밀어서 캐칭할 수 있어요. 팔은 내 옆구리에 붙이면 됩니다. 턱도 살짝 당겨요. 그래야 중심이 앞으로 가기 때문에 효과가 커집니다. 팔은 힘 주지 말고 편하게. 그러고 계속 계세요. 그 자세 유지하세요! 힘들죠. 골키퍼가 힘들어요. 하체가 힘들죠.(웃음) 골키퍼가 그래서 스쿼트를 정말 많이 해야해 해요.”
이제 실전. 이날 수업에 참가했던 김혜민씨가 골이 다가오는 것처럼 달려가 골 문 앞에 자세를 잡는다. “그렇게! 오케이! 그렇게, 굿! 지금 생각하고 움직인 거 맞죠. 기본자세 배워본 적 있어요?”(전 선수) “오늘 배웠어요!”(김혜민씨) “똑똑하세요!(웃음)”(전 선수)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가 ‘위밋업스포츠’ 축구 골키퍼 수업 참가자들에게 골 문 앞을 지키는 기본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배동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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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뜁니다.” 낮 최고기온이 2도였던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가 슈팅을 막아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배동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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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처음으로 공을 차봤다는 김혜민씨는 “축구는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훨씬 재밌다”고 했다. “‘이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했지만 늦게라도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팀 스포츠는 호흡을 맞추고, 결과를 같이 만들어가면서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큰 쾌감을 줘요. 동료애도 생겨요. 시작은 운동이었는데 점점 공동체 느낌이죠.”
함께 골키퍼 수업을 했던 최정순씨는 이제 공을 찬지 한 달째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그는 ‘아나공 수업’(“아나, 공 여기 있다”라는 말. 교사는 공만 던져주고 학생들끼리 놀게 하는 수업방식)을 하기 싫어서 축구를 배워보기로 했다. “구기 종목이 나에게 맞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요. 학창시절에 왜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는지 처음엔 억울했어요.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시작해보고 맞지 않으면 그만두면 됩니다. 하루라도 젊을 때 공을 차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같이 해요! 너무 영업이었나요.(웃음)”
김보미·배동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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