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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미·중 합의 선반영된 증시… "2차 협상까지 반도체·통신 수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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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정작 먹을 건 없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정식 서명했지만 우리나라 증시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선전종합지수·홍콩 항셍지수·대만 가권지수·일본 닛케이지수 등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보합권에 머물렀다. 1단계 협상이 합의할 것이란 기대감이 미리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중 경제 및 무역 합의 1단계’라는 제목의 86쪽짜리 합의안은 이미 알려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2단계 무역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대(對)중국 관세가 이어진다는 실망이 더 컸다. 시장은 2단계 합의 논의와 성사 여부로 눈을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對中) 관세 부과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약 22개월, 실제 관세를 부과한 지 18개월 만의 휴전이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선비즈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앞줄 오른쪽)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중국 무역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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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관세…증시 무반응은 ‘서프라이즈’ 없던 탓

이번 합의에서 미국 측은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입 확대를 이끌어냈다.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와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을 제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중국 측도 경기 경착륙을 야기할 수 있는 미국과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2년간 20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라는 대가가 따르지만 대미(對美) 수출 정상화로 수출·제조업 경기가 반등할 기회를 얻게 됐다.

문제는 관세다. 미국은 이번 1단계 합의에서 추가 대중 관세 조치를 취소하고 12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15% 관세를 7.5%로 내렸다. 다만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는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관세를 앞으로 있을 2단계 협상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단계 협상이 바로 시작되더라도 2단계 합의는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2단계 무역협상 의제에는 기존 관세 인하와 추가 관세 철폐, 핵심 현안인 보조금 문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서프라이즈’ 부재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단계 합의 진행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이 단계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협상 타결은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지만 추가 관세 철회나 협상 추가 진전이 없었고, 2단계 협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는 중립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향후 관세 철회·관세율 인하는 정치적인 판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대체로 시장 전망치에 준하는 결과였다는 점이 아쉽다"며 "기존 관세 철회와 2차 협상 일정이 구체화했다면 시장이 깜짝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휴대전화, 통신장비 수혜 예상"

2차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미·중이 올해도 상호 관세 부과를 이어간다면 한국 증시는 반도체·휴대전화·통신장비 업종 위주로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중국 제품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분야는 기계, 전자설비, 전자제품 분야"라면서 "이 중 전자설비와 전자제품 분야는 한국, 대만, 베트남이 강점을 보였다"고 했다. 반사 수혜는 중국 제품 점유율 하락을 가져간 국가들이 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핵심 기술과 관련된 제품의 대중 수출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산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중국의 디지털 경제 전환,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등으로 한국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대중 수출이 당분간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로 국내 IT(정보기술) 산업과 수출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대 의견도 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이 합의했으니 막연히 한국 수출이 증가한다고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2년간 2000억달러어치 미국 제품을 추가 구매한다고 했는데 수요가 특별히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제품 구매를 늘리려면 수입하는 국가들의 비중을 조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한국과 일본의 비중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대체될 수 없는 한국 제품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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