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5 (화)

스웨덴 '말뫼의 눈물', 도시몰락 상징? 사실은 오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크레인 철거, 대학부지 확보위한 능동적 결정…"15년이상을 바라보고 비전 만들어야"]

머니투데이

일마 리팔루 스웨덴 전 말뫼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열린 '해외 도시혁신 우수사례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2년 스웨덴 말뫼시는 시를 상징하던 코쿰스 조선소내 초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했다. 말뫼시 경제를 지탱하던 조선업이 한국과 일본 등 신흥 강자에 밀려 몰락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크레인을 철거해 운반하는 과정을 장송곡과 함께 중계했고 말뫼시는 산업 쇠퇴에 따른 도시 몰락의 상징이 됐다.

1달러라는 숫자가 강렬했던 탓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스웨덴 말뫼시를 '말뫼의 눈물'이란 이름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적어도 2002년 말뫼시는 몰락의 상징이 될수 없다.

1980년대말 조선업 몰락 이후 10년 가까이 경제적 고통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오해에 가깝다.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 매각은 도시 재건을 위한 새출발의 신호탄이었다.


"조선업 붕괴가 도시몰락의 결정적 원인 아니었다"

일마 리팔루 전 스웨덴 말뫼 시장은 지난 14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에서 "조선소가 폐쇄됐지만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의 도움으로 떠나간 조선소 자리에 자동차와 비행기 공장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말뫼시의 진짜 위기는 공산권 붕괴와 함께 찾아왔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편입된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싼 임금을 무기로 기존 제조업 강국들을 위협한 것이다.

리팔루 전 시장은 "동구권 붕괴당시 체코와 헝가리, 폴란드 임금은 스웨덴 임금의 10~15%에 불과했다"며 "자연스럽게 공장들이 그 쪽으로 이전했고 비슷한 시기에 금융위기가 닥쳐 부동산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일마 리팔루 스웨덴 전 말뫼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열린 '해외 도시혁신 우수사례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5년이상을 바라보고 비전을 세워야 한다"

연이은 산업이탈로 어려움을 겪은 말뫼시 시민들은 최소 15년을 바라보고 공동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긴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지식·문화기반 산업 육성과 환경도시였다.

리팔루 전 시장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비전을 찾는 모임을 만들어 15년을 내다보는 큰 방향, 공동의 방향을 만들고자 했다"며 "전통적 산업기반 경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고 지식기반이나 문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말뫼시는 커뮤니케이션 허브, 환경도시, 지식기반도시란 비전을 세웠다. 커뮤니케이션 허브가 되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과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했다. 지식산업 육성을 위해 코쿰스 조선소 자리에 말뫼대학을 세웠다.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크레인 철거는 폐기처리가 아닌 대학부지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모였고, 말뫼시에 거주하며 코펜하겐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또 말뫼시는 2007년 유엔환경계획이 꼽은 '세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가 됐다.


"열리는 기회를 잡아라. 세계로 시각을 넓여라"

리팔루 전 시장은 조선업 불황으로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경남도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1994년부터 2013년까지 19년동안 시장직을 역임하며 말뫼시 재건을 주도한 노하우를 전달할 계획이다.

아쉽게도 '말뫼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긴 어렵다. 말뫼 재건 원동력중 하나였던 대학설립은 지방대 몰락이 현실화된 2020년 한국에서는 말뫼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 허브 또는 환경도시도 한국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는 기회를 잘 포착하기위해 시야를 넓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팔루 전 시장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며 "지역뿐 아니라 국가, 넓게는 대륙으로 시야를 넓여 시민과 협력해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