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진전 없는 남북관계…절박한 정부 다시 ‘물꼬 트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한 개별관광 드라이브 왜?

비핵화 논의 없고 관계 악화, 김정은 ‘관광산업 육성’ 고려

신변 안전 보장 협조는 숙제…북, 대남 비난없이 일단 침묵



경향신문

평양 관광하는 외국인 여행객들 외국인들이 평양 시내관광을 위해 무궤도전차에 오르고 있다. 북한의 조선국제여행사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 평양 시내유람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조선관광이 지난 17일 밝혔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20일 우리 국민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우선순위를 뒀던 기조에서 벗어나 남북관계 진전으로 북·미 협상을 견인하겠다며 정책 전환을 선언한 이후 첫 조치다.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방안을 공개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고 북측의 호응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의 제재 틀 안에서 사업자 기반의 관광협력 사업은 안되며,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추진 가능한 3가지 방안을 거론했다.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방문, 제3국을 통한 북한지역 방문,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허용 등이다.

통일부는 특히 ‘제3국을 통한 개별관광’에 대해 “우리 국민이 제3국 여행사를 이용해 평양, 양덕, 원산·갈마·삼지연 등 북한지역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중국 여행사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을 모집하면 정부가 방북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해당 여행사가 북한으로부터 비자를 받아 들어가는 형태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이나 유럽, 미국 등에서 현지 여행사를 통해 북한 관광 상품을 팔고 비자를 받아 방북하는 방식을 한국인에게도 적용해보자는 취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비자는 교류협력법상 북측의 초청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다만 우리 측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을 확인하는 북측과의 합의서·계약서·특약 등이 체결된 경우만 방북 승인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구체적인 개별관광 방식에 대한 실무 검토를 마치는 대로 남북 당국 간 협의를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기류 변화는 대북 제재하에서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지켜보며 한발 물러서 있었지만 비핵화 협상의 진전도 없고 남북관계마저 악화된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관광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개별관광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당장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북측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정부는 신변안전 보장을 위해 제3국 여행사가 북측과 관광상품을 구성할 때 계약 내용에 이를 반영하고, 우리 측 안내원이 동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북한과 제3국 여행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여행사의 북한 관광객 모집 행위부터 금융, 통행 수단 등 여러 면에서 제재 위반으로 지적될 소지들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를 비롯해 전 세계 시민들이 북한 개별관광을 하고 있다”며 “별도의 엄격한 기준을 우리 개별관광에 들이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반응도 관건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북측이 대남 비난을 자제하며 침묵하는 것 자체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실력을 지켜보겠다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