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혜택 많아 '둘 낳느니 셋 낳는' 분위기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자료 사진>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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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김채인 통신원 = 출산율이 낮기로 유명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이지만 그 가운데 예외적인 한 나라가 있다. 바로 1.9명이 넘는 출산율을 자랑하는 프랑스다. 출산율만 높은 것이 아니라 여성 취업률도 높다. 어느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 출신만 출산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아이를 셋 낳은 부부는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를 셋 낳아 키우는 것이 그리 부담되는 일이 아니고, 셋을 낳으면 여러가지로 혜택이 많아 둘 낳을 바엔 셋을 낳는다는 정서가 깔려있다.
고소득층은 여유가 있으니 많이 낳고, 저소득층은 아이를 많이 낳으면 여러 재정적 혜택이 있으니 많이 낳는다. 중산층 역시 아이를 여럿 낳아 키울수록 세제, 연금 등 혜택 등이 다양하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커리어에 전혀 악영향이 없으니 셋씩 낳는 경우가 흔하다. 대기업 간부직에 오른 여성들도 셋을 낳아 키운 경우가 정말 많다.
이 상황이 가능한 이유는 아기를 임신했을 때부터 키우는 과정 하나하나에 국가, 시 도 지자체, 기업, 회사 동료들을 비롯해 워킹맘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순조로운 임신과 양육을 돕기 때문이다. 교육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는 양육 공백이 없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있다.
프랑스에서는 만 3세가 되면 공교육이 시작된다. 유치원 3년을 마치면 초등학교에 입학해 5년을 보내게 된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는 운영 시스템이 대체로 비슷하다. 즉 부모가 일하는 업무시간 동안 만 3세부터 만 11세까지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늘 존재하는 것이다.
동네나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정규 학교들은 8시반~9시에 시작하고 오후 4시반에 끝난다. 수요일엔 오전 수업만 하거나 아예 수업은 없는 학교들이 있다. 주 4일 수업을 기준으로, 수요일에 반일 수업이면 금요일에도 반일 수업을 하는 식이다. 일주일 동안 총 수업시간은 전국적으로 동일하지만 동네마다 학부모들이 투표를 해서 수요일에 하루를 다 쉴 것인지 반일 수업만 할 것인지 정한다.
그뿐 아니라 6주에 한번씩 2주간 단기 방학이 있다. 9월에 신학기를 시작해서 10월 중순에 만성절 방학, 12월에 크리스마스 방학 등등 총 4번의 단기 방학을 거치면 7월에는 2달의 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이 많은 방학과 방과 후 시간을 메우기 위해 조부모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경우도 흔히 있지만, 그게 불가능하더라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시스템 안에서 해결이 된다. 만3세에 시작하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졸업까지, 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여름방학까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학교에서 장소를 제공하는 돌봄교실이 있기 때문이다.
돌봄교실 교사들은 학교 소속의 교육 공무원이 아니다. 그들의 영역은 교육이 아닌,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다. 돌봄교실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파리 인근 한 도시의 경우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저녁 6시45분에 문을 닫는다. 맞벌이 부부가 모두 9시에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한다면 돌봄교실에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스케줄인 것이다. 4시반 정규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체육, 영어, 음악 등 특별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는 유치원은 놀이 위주, 초등학교부터는 숙제를 봐주는 식으로 부모가 올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학기 중 2주씩 있는 단기방학과 두달 간의 여름방학에도 돌봄교실이 운영되는데, 학교를 다닐 때와 같은 시간으로 문을 열고 닫는다. 프로그램은 유치원의 경우 놀이 위주와 체육 활동으로 구성된다. 초등학교부터는 방학동안 지자체에서 1주일씩 캠프를 운영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방학 동안 1주일 캠프를 보내고 어른들만의 방학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8월에는 문을 닫는 돌봄교실이 꽤 있는데, 8월에는 대부분 부모들도 최소 3주는 쉬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보육의 질은 지자체마다 다르고 가끔 사건 사고가 생기지만, 믿고 보낼 수 있는 수준은 된다. 요금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리 매겨진다. 방학 중 돌봄 교실의 경우 가장 적게 내는 소득 구간은 하루 종일 아이를 맡기고도 2유로(약 2600원)를 내고 제일 많이 내는 소득 구간이라면 20유로를 낸다. 물론 이 요금 역시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학교와 지자체, 국가에서 만든 보육 시스템이 개인들을 뒷받침해주는 데다가 회사에서는 야근이나 회식 문화가 아예 없고 아이가 아플 때 쓰는 휴가가 따로 있다. 야근 대신 노트북을 갖고 퇴근해서 집에서 업무를 마무리하는 경우는 가끔 있다.
아이 병원을 데려가야 하거나, 갑자기 일찍 데리러 가야할 경우 재택 근무 등으로 유연하게 시간을 조정한다. 사원부터 간부급까지 모든 직원들이 눈치보거나 주저하지 않고 “오늘 아이가 아파서 집에서 일한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사유로 불이익을 주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높은 출산율과 남녀가 함께 사는 사회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만 노력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을 포함하여 회사 경영진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일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깊은 이해와 지지를 보낼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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