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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폐렴 테마주'로 주가 오르자 63만주 폭탄 던진 체시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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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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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중국 원인불명 폐렴' 증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중국발 항공기를 통해 입국하는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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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뒤 지분을 팔아 차익을 남긴 '얌체' 오너가 재등장했다. 최근 폐렴 관련 테마주가 기승인 가운데, 최대주주의 지분 털기로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투자 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체시스의 최대주주인 이명곤 회장은 지난 16~17일 이틀에 걸쳐 지분 2.63%에 해당하는 63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4300~4800원대로 총매도 금액은 28억6295만원에 달한다.

지분율은 기존 17.63%에서 15%로 낮아졌는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36.56%로 지배구조에 큰 문제는 없다. 회사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분을 팔아 이익을 취한 셈이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인 체시스는 동물 약품 사업을 하는 넬바이오텍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최근 폐렴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폐렴 의심 환자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고 알려진 지난 9일 체시스 주가는 약 12% 올랐고 지난 17일에는 장 중 최고 4940원을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70% 이상 오른 가격이다.

폐렴 수혜주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최대주주는 이를 차익 실현의 기회로 활용했다. 매도 단가를 보면 이 회장의 매도는 거의 고점에서 이뤄졌다. 이 회장이 매도를 끝내고 그다음 거래일인 지난 20일 체시스 주가는 4965원을 찍은 뒤 급격히 하락했고 이 회장의 지분 매도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 21일에는 전일 대비 약 10% 떨어졌다. 현재 주가도 전일 대비 4%대 약세가 지속 중이다.

체시스 오너 일가가 테마주 이슈로 차익을 실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발생했을 때도 체시스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해 9월 17일 국내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 의심 신고가 첫 접수되자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600원대였던 주가는 열흘 동안 3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 주가 상승이 한창이었던 같은 달 19일 이 회장의 아들인 이준성씨는 보유 주식 전량(55만9000주)을 3200~3400원대에 매도했다. 총 매도 단가는 18억6631만원이었다. 테마주 이슈 덕에 평소 주가 대비 2배 이상 이익을 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마찬가지로 폐렴 테마주로 분류되는 제일바이오는 22일부터 74억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을 실시한다. 지난 16~20일 주가가 급등한 이후 내린 결정이다. 이로 인해 전날 주가는 약 7% 하락했고 현재도 5%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테마주로 거론되는 종목의 최대주주가 주가가 오른 뒤 지분 일부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양상도 비슷하다.

지난해 아프리카 돼지 열병 수혜주로 거론됐던 마니커, 이글벳, 백광소재 등도 최대주주의 지분 털기가 이어졌다. 마니커 최대주주인 이지바이오는 137억원 어치를 팔았고 이글벳 회장 일가는 64억원 가량을 매도했다. 백광소재 최대주주 태경산업도 144억원 어치의 이익을 실현했다.

일본 경제보복의 수혜주로 거론됐던 후성은 지난해 7월 일주일 동안 주가가 약 70% 급등했는데, 송한주 대표는 주가 급등 이후 약 7억원 어치를 팔았다. 정치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했던 남선알미늄의 경우 최대주주인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105억원 어치를 팔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통상 시장에서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악재로 인식된다. 기업 가치를 잘 알고 내부 사정에 밝은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았다는 것은 현재 주가가 고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골정 거래가 아닌 이상 최대주주의 지분 털기가 잘못이라고 할 순 없지만 고점 매도 이후 개미들이 피해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테마주 이슈에 휘둘리는 종목들은 대개 시가총액이 작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기업들"이라며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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