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규에 ‘경영진 자격 배제형’인데도
“확정 판결까지 연임 문제없다” 주장
금감원 “깊은 책임을 져야” 지적
지난달 연임 추천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1심 재판에서 구속을 면했다. 신한지주로서는 최고경영자 유고에 따른 경영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하지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금융지주 회장이 형사 유죄 판결을 받고도 연임의 길이 열린 것을 두고 적격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는 22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회장은 2015~2016년 신한은행장 시절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임직원과 지인의 자녀를 부정 채용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맞추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임직원 자녀 채용과 관련한 영향력 행사는 인정했지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날 선고에 신한지주는 안도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신한지주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향후 5년간 경영진 자격을 배제한다. 그러나 신한지주는 법적 효력이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발생한다는 이유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연임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은 조 회장의 3년 임기가 끝난 뒤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대표 유고가 발생할 수 있었는데, 지배구조 불확실성 부담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4일 신한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들을 만나 조 회장 연임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전달한 금융감독원은 이날 선고와 관련해 “이사회와 주주가 사회적 비난이든 법적 불확실성이든 리스크에 대해서 깊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신한지주 회추위는 지난달 13일 조 회장의 연임을 추천했다. 조 회장의 연임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1심에서 유죄가 나온 것은 은행을 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적격성에 하자가 있다는 뜻이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피의자 권리를 주장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이에 대한 제동도 걸지 못하는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 자체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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