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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경제직필]론스타가 부풀린 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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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전국 초·중등 급식 식품비 예산에 3조원가량을 쓴다. 론스타라는 미국 사모펀드가 외환은행 경영권을 사서 배당 이익과 양도 차익으로 5조1536억원을 벌었다. 이 계산은 <투기자본의 천국>을 쓴 이정환 작가가 했다. 그런데 론스타의 계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제중재에서 43억7000만달러(약 5조893억원)를 국민세금으로 배상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 둘을 합한 돈은, 전국 학교 급식에서 아이들을 3년 동안 먹일 식품비보다 더 많다. 한 개의 미국 사모펀드에 얽힌 돈의 규모이다.

경향신문

그러나 냉정하게 실체를 보아야 한다. 도대체 론스타는 어떻게 5조원이 넘는 43억7000만달러라는 돈을 계산하여 국민세금으로 배상하라고 하는 것인가? 그 액수는 최소한의 타당성이 있는가?

지난 8년 동안, 공무원들 중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5조원대 국제중재를 건 때는 2012년 5월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였다.

나는 론스타의 5조원대 실체를 밝히기 위해 법원에 정보공개 소송까지 하였다.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공개하지 않고, 대법원으로 넘겼다.

8년 동안의 질문에 마침내 답변이 나왔다. KBS가 지난 16일, 5조원대의 비밀을 밝혔다. 5조원은 세 덩어리이다.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놀랍게도 론스타가 만일 이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한국 국민으로부터 받을 돈에 벨기에 과세 당국이 매길 세금까지 한국 국민이 부담하라는 청구이다. 벨기에 과세 당국은 20억달러(약 2조3296억원)를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 매각 지연으로 생긴 손해라는 15억7000만달러(약 1조8290억원)이다. 이 청구도 거품이다. KBS 보도에 의하면 론스타는 하나은행에 팔면서 매각 대금이 깎인 8000억원뿐만 아니라, 여기에 홍콩 상하이은행에 팔려고 시도했다가 무산된 매매 차익까지 포함시켰다. 이중 청구이다. 여러 번 팔 기회가 있었다고 하여 그 모든 기회에서 생길 이익을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아파트를 팔려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어놓았다고 하자. 아파트를 사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네 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중개업소가 일을 그르치는 바람에 아파트를 팔지 못하였다. 만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책임을 묻는다면 그 아파트를 팔 수 있었을 때 한 건의 이익에 대해서이다. 아파트 한 채의 매매 이익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 매수인이 네 명이라고 하여 네 건의 매매 이익을 배상하라고 할 수는 없다.

론스타 5조원의 마지막 구성은 대한민국이 론스타에 부과한 세금에 해당한다는 7억6000만달러(8850억9600만원)이다. 그러나 론스타는 이미 남대문 세무서장을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10차례가 넘는 많은 소송을 했다. 일부는 이겨 구제를 받았다. 그러므로 국제중재법의 기본 규정에 따라 국제중재 절차를 이용할 수 없다. 이미 투자 유치국 법원에서의 구제 절차를 마친 경우에는 같은 사건을 국제중재로 가져갈 수 없다.

론스타 5조원은 터무니없이 부풀린 액수다. 하나은행에 팔 때 깎인 대금 8000억원 정도가 그나마 한번 눈길을 줄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론스타의 외환카드 조작 사건이라는 실정법 위반 탓에 생긴 일이라 인정할 수 없다.

5조원의 거품 소송에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KBS 보도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문제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국제중재 자체가 성립할 수 있느냐, 즉 론스타가 중재를 제기할 권한이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중재법은 투자 유치국의 법령에 위반한 투자에 대해서는 국제중재를 제기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의 4% 이상의 의결권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론스타 5조원에서 완전히 승소해야 한다. 단 한 푼도 론스타에 세금으로 배상해서는 안된다. 중재 판정부가 2017년에 마지막 변론 절차 명령을 한 후, 아직 변론이 종결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중재에 낸 서류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KBS 보도에 따르면 핵심 쟁점인 론스타 자격 문제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있다.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단 한 푼도 주어선 안된다. 만일 단 한 푼이라도 론스타에 배상을 해야 한다면, 국민 세금으로 주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납세자는 설명을 받을 권리가 있다. 지난 8년의 밀실주의는 예의가 아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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