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정부는 2019년 성장률을 2.6~2.7%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그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부진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인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크게 감소한 점도 부각시켰다. 내수 부진도 언급했다. 물론 돌발변수로 인해 성장률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급전직하로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5~2.6% 수준이다. 여기에 한참 못 미치는 성장은 정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구체적인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다. 설비투자는 8.1%, 건설투자는 3.3% 감소했다. 2018년에 각각 1.5%, 6.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기업들이 위축돼 설비투자에서 손을 뗀 것이다. 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성장과 고용을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 민간소비도 1.9% 성장에 그쳐 2013년(1.7%)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정부소비는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6.5% 증가해 2009년(6.7%)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떨어지는 민간경제의 활력을 정부가 지출로 메운 것이다. 한은은 “정부가 4분기에 이월 불용예산을 최소화하면서 정부 성장기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 돈으로 쌓아올린 성장을 지속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날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둔화에서도 ‘양호한 성장’을 유지했고 정부가 순환적인 경기둔화에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가까스로 2%대 붕괴를 면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한국 경제의 명목성장률을 1.4%로 집계했다. OECD 36개국 중에서 3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양호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는 올 성장률 목표를 2.4%로 잡았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개선되고 민간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경제는 말이 아닌 실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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