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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종중도 도난 사실 몰랐던 ‘권도 동계문집 목판’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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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문신의 시·편지 등 간행

문화재청, 회수한 목판 134점 공개

다른 사건 수사 과정서 ‘꼬리’ 잡아

경향신문

1년여 수사 끝에 찾아낸 ‘권도 동계문집 목판’ 134점.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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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이었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1994년 서울 휘경동에서 발생한 ‘만국전도(보물 제1008호) 도난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충북 충주의 문화재 매매업소를 압수수색하던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의 시선을 끄는 유물이 있었다. 고색창연한 목판이었다.

내사 결과 이 목판은 경남 산청군 신등면 단계리의 안동 권씨 충강공 종중의 장판각에 소장돼 있다가 2016년 9월 사라진 ‘권도 동계문집 목판 135점’(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33호) 중 일부였다. 압수수색한 충주의 창고에서 은닉된 목판 134점을 찾아냈다. 목판을 빼낸 이는 종중 사람 ㄱ씨였다. ㄱ씨는 종중 장판각에서 보관 중인 ‘목판’을 세 차례에 걸쳐 빼낸 뒤 문화재 매매업자 ㄴ씨에게 1000만원을 받고 넘겼다. 종중에서는 단속반이 2018년 11월 통보한 뒤에야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종중은 2년2개월 동안 빈 장판각만 지킨 셈이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이렇게 회수한 목판 134점을 5일 공개했다. ‘권도 동계문집 목판’은 조선 중기의 문신 권도(1575~1644)의 문집(<동계집>)을 찍으려고 제작한 나무책판(가로 52㎝×세로 28㎝×두께 3㎝)이다. 1809년(순조 9년) 간행된 책판에는 시와 편지, 부(賦·산문), 교서, 소(疏·상소문), 계사(啓事·임금에게 사실을 적어 올리는 글) 등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어서 당시 향촌사회를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권도는 사간원 대사간을 지냈고, 이괄의 난(1624년) 때 인조를 공주까지 호종하고, 1628년 1월 선조의 아들 인성군(1588~1628)을 옹립하려던 역모사건 때 추국청에 참여한 공로로, 두 번이나 원종공신에 올랐다.

한상진 문화재사범단속반장은 “도난 및 도굴 문화재의 공소시효는 사실상 사라졌다”면서 “신고된 도난 및 도굴 문화재는 유통되는 순간 법망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정문화재든 비지정문화재든 도난 문화재를 은닉하거나 사고파는 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재사범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이는 문화재 절도나 도굴범에 해당하는 공소시효다. 2002년부터는 절도 및 도굴 문화재를 은닉하고 있는 자도 처벌을 받는다. “도난 및 도굴 문화재인 줄 모르고 구입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도난 공고가 나간 문화재를 확인하지 않고 사고파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 불법 은닉과 거래의 공소시효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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