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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그쪽이 진짜 북한사람이라는 증거 대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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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몇 년 전처럼 '얼음장벽'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으로 가까워지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재 한국과 북한의 관계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남한의 여자주인공과 북한의 남자주인공이 서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를 봤을 때 남한과 북한의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봐도 좋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하거나 빠른 속도로 고령화에 진입한 이산가족들에게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

최근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있는 장편소설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출판 델피노, 정가 1만4000원)가 출간돼 눈길이 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산가족이다. 단순한 혼선일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과 북한의 누군가가 전화로 연결되면서 서울과 평양의 공간적 거리는 단숨에 줄어 든다.

"어느 날 당신의 핸드폰으로 종편프로그램에서나 듣던 북한 말투의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가 장난전화를 했나 싶었지만 850으로 시작한 발신번호가 너무도 수상했던데다가 수화기 너머의 억양과 말투가 예사롭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소설 내용 중)

경영학을 전공,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작가(고호)는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고민의 첫 결과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놨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으로 나라가 들썩일 때마다 한 쪽에서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이산가족들이다"며 "하지만 대부분 돌아가시고 생존해 계신 분들조차 여든이 넘은 고령들이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수많은 상상과 추측과 허무한 기대로 살아온 나날들을 헤아려드릴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그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집필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어느 날 갑자기 평양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한의 주희와 북한의 설화라는 아이가 기적같은 통화를 통해 차츰 가까워지지만,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좁힐 수 없는 사상의 차이가 둘을 갈라놓기도 한다"며 "단순히 다른 이념에서 오는 갈등만을 그린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숨어있는 반전과 스릴, 그리고 제목만큼이나 이 불가능한 설정 속에서 휴머니즘을 발견하고,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가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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