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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발효·피부 그리고 화장품] 촉촉한 `꿀피부`를 만들다…발효의 시너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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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발효 연구를 위한 원료. [사진 제공 = LG생활건강]


"발효는 왜 좋은가?"

발효 전문가 입장에서 던지기에는 꽤나 썰렁한 질문이다. 하지만 평소 발효 제품을 즐겨 찾는 사람이라도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발효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유산균이 풍부해 몸에 좋다'는 대답을 할 수 있다. 유산균이나 효모 같은 발효균은 발효 과정에서 숫자가 늘어나고 인체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발효는 미생물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생물과 발효되는 식물, 두 요소가 모였을 때 비로소 '1+1=3'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존재를 몰랐고 발효를 하면서도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좋아지는지 알 수 없었다. 17세기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처음으로 미생물을 발견한 뒤에도 200년 동안 발효와 미생물을 연관 짓지 못했다. 19세기에 이르러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맥주와 와인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독일 과학자 에두아르트 부흐너는 실제로 발효를 일으키는 것이 세포 속 효소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바이오 산업의 기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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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미생물에 의한 일종의 소화과정이다. 미생물은 분해효소를 생산해 고분자 영양분을 흡수하기 좋은 저분자 형태로 바꾼다. 하지만 미생물이 소비하는 영양분은 그중 일부이고 나머지는 발효식품에 그대로 남아 사람이 섭취한다. 발효 메커니즘을 보면 마치 어미 동물이 먹이를 씹어서 부드럽게 만든 다음에 새끼에게 먹여주는 사례가 연상된다. 발효는 저분자화로 영양분 흡수율을 높여줄 뿐 아니라 식물에 존재하는 유해성분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식물 카사바에는 '청산가리'로 잘 알려진 독소가 있다. 이 지역을 침략한 유럽인은 저항하다 붙잡힌 원주민이 카사바를 먹고 자살하는 것을 보고 독극물로 생각했지만 카사바는 원주민이 수천 년 전부터 주식으로 섭취해온 식량이기도 했다. 같은 식물이 어떻게 독도 되고 식량도 되는 걸까. 갓 수확한 카사바를 그대로 먹으면 죽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며칠만 자연 발효시키면 독소가 거의 사라진다. 현대 과학은 발효 과정에서 효모와 유산균이 카사바 독소를 분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존 식물성분이 발효를 거쳐 다른 효능성분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인삼 진세노사이드가 좋은 예다. LG생활건강은 인삼 공생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연구를 통해 발효 후에 진세노사이드 종류와 함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새로 생성된 진세노사이드는 효능이 더욱 증진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새로운 효능이 나타나기도 했다. 발효 전 진세노사이드 Rg1은 피부를 검게 만드는 멜라닌 생성을 촉진하지만, 발효과정에서 F1로 전환되면 정반대로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미백효과가 관찰됐다.

과학으로 밝혀낸 발효 메커니즘은 화장품에서도 피부 항노화 소재 개발을 위한 효과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발효는 유효성분의 피부 흡수를 돕고 새로운 효능성분을 생성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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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은 발효성분이 항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숨 발효원료는 발효 후에 아미노산, 폴리페놀과 같은 저분자 유효성분이 최고 3배, 효능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발효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탄생한 자사의 대표적인 소재가 '페룰산(Ferulic acid)'이다. 페룰산은 식물을 발효했을 때 증가하는 유효성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발효 전에는 식물 세포벽에 단단히 결합돼 있지만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세포벽이 분해되면 자유로운 저분자 형태로 전환되고 함량이 증가한다. LG생활건강은 세포실험을 통해 페룰산이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 제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보습·탄력 등 피부를 보호해주는 효과가 우수함을 입증했다. 페룰산을 적용한 2015년 '숨37° 시크릿 에센스'는 피부 탄력·보습, 피부 결에 우수한 개선 효과를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효는 미생물과 식물이 함께 펼쳐내는 화음이다. 미생물을 몰랐던 과거에도 '이렇게 하면 왠지 모르게 좋아진다'는 경험이 쌓여 지식으로 전해져 왔다. 현대 발효는 과학으로 규명한 메커니즘을 토대로 식품을 넘어 화장품, 의약, 화학 등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발효의 새로운 시너지 효과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발효는 중요한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다.

[정해민 LG생활건강 발효소재 개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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