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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집값상승 1위 대전 "제발 규제를"…정부 타깃된 수원선 "왜 우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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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20 부동산대책 이후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핀셋 규제'를 내세웠지만 비슷한 처지의 도시끼리 차별·역차별 논란이 벌써 뜨겁다. 집값 상승률 1위에도 불구하고 규제에서 빠진 대전과, 갑자기 급등하는 바람에 졸지에 규제지역이 돼 버린 수원에선 전혀 다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2·20 부동산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 내 청약 규정이 강화되자 수원 시민들 사이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판치는 인천, 부천 등 다른 지역은 놔두고 왜 우리만 잡느냐"며 불만이 쏟아졌다. 2·20 대책은 추가 조정대상지역과 기존 조정지역 모두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전매 제한, 가점제 확대를 적용했다. 대책 이후 분양모집 공고를 한 아파트는 새 규정을 적용받는다. 그동안은 조정대상지역이어도 비청약과열지역으로 분류되면 소유권등기 전이더라도 6개월 등 일정 기간만 지나면 전매가 가능했고, 전 평형 추첨제 비중이 투기과열지구 청약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들과 분양권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특히 올해는 '광교산 더샵 퍼스트파크', 1520가구 규모 '수원 영흥공원 푸르지오', 930가구 '쌍용 더 플래티넘 오목천역' 등 수원에서만 6900가구 규모 아파트가 분양 일정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다음달 분양 예정인 광교산 더샵 퍼스트파크부터 추첨제 물량이 전용면적 85㎡ 미만은 60%에서 25%로, 전용 85㎡ 초과는 100%에서 75%로 줄어든다. 수원에 거주하는 박 모씨(37)는 "가점이 낮아서 추첨 물량을 잔뜩 기대했는데 아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에 구축 아파트라도 살 걸 그랬다"고 말했다.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 거래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천, 부천 등에서는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100%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11~12월 인천 서구는 분양권 전매가 104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3% 늘었다. 인천 연수구는 872건(94%), 미추홀구는 320건(193%)에 달했다. 부천은 2018년 같은 기간에 27건이었지만 지난해 163건으로 상승률이 503%에 달했다. 반면 수원 팔달구는 26건, 장안구 20건, 권선구 46건 정도였다. 1월 거래량이 집계되지 않아 11~12월 전매량만 분석했지만 청약 규제를 벗어난 인천과 부천에서 분양권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풍선효과가 경기 서남부로 옮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법 25조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에 따르면, 지정 직전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하거나, 직전 3개월간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천, 안산 등 경기도 전역이 청약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데 수원·안양 일부만 규제로 묶는 '시늉'만 한 것은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부천, 인천에서 청약경쟁률이 높고 전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풍선효과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수도권에서 덜 오른 안산, 부천, 인천 등 서부권을 중심으로 키 맞추기 현상으로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 고 했다.

2·20 대책에서 대전이 제외되면서 현지에선 규제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규제에서 대전이 빠지며 수원 등의 주민들은 물론 대전 주민들조차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대전은 상승률이 높아 시장 상황을 엄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과열을 인정하면서도 경고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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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1위는 대전 중구(11.52%), 2위는 대전 유성구(11.49%)였다. 이는 이번에 조정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수원 영통구(5.76%)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기준을 지난해 12·16 대책 발표 이후부터 현재(2월 17일 기준)까지로 바꿔도 대전 유성구(4.29%)가 수원 장안구(4.27%)보다 높다.

'규제 무풍지대' 대전 집값은 연일 폭등하고 있다. 대전 서구 영진햇님아파트 전용 164㎡ 매물은 지난달 20일 10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는 동일 면적 기준 직전 거래가 9억원(12월 8일)보다 한 달여 만에 2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이는 재개발 호재를 노린 외부 투기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전의 외지인 주택 구매 비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28.6%를 기록해 강남 3구의 외지인 주택 구매 비율(26.3%)을 뛰어넘었다.

상황이 이렇자 현지 3040세대 실수요자 중심으로 규제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전광역시 집값 규제 좀 해주세요'란 청원이 올라와 21일 기준 1000명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대전에 사는 3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정부가 핀셋 규제를 한다면서 지방은 방치해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며 "투기꾼들이 갭투자로 매물을 싹쓸이해서 실수요자는 거리로 나앉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40대 자영업자 김 모씨는 "분양권을 사려고 해도 웃돈이 억대로 붙는다"며 "30년 가까이 된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려도 1년 전보다 1억~2억원씩 올라서 매수할 엄두가 안 난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이번에도 대전을 규제에서 제외한 데는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대전은 지방선거 때마다 1등 정당이 바뀌는 등 어느 정당도 완벽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격전지다.

대전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대대광 중 대구와 광주는 상승세가 꺾였지만 대전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도 규제로 묶이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현지에서도 총선이 끝난 뒤 투기지역이나 최소 조정지역으로는 묶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객관적 기준 없이 핀셋 규제를 적용하면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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